하와이안 항공, 연착사태 `쉬쉬`..소비자 `분통`

by한규란 기자
2012.02.20 14:02:35

국내 신혼여행객들 피해 빗발쳐
소비자원 신고해도 보상 어려워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최근 최모씨(36)는 하루새 신혼의 단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하와이안 항공`에 몸을 실은 것이 원인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최씨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인천행 하와이안 항공기에 오른 건 지난 18일 오후 1시(현지시간). 45분 후 비행기가 떴다. 그러나 한 시간 후 "동력 장치에 문제가 생겨 회항한다. 기름을 소진해야 하니 5시간 정도 걸릴 거다"라는 기장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그렇게 긴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공포에 떨어야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행기는 오후 7시(현지시간)에 착륙했지만, 승객들은 3시간 가량 공항에 방치됐다. 승무원이 늦어 오후 9시(현지시간)가 넘어서야 인천행 비행기에 탈 수 있었던 것. 결국 인천에는 예정 도착시간보다 9시간 후인 19일 오전 5시15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와이안 항공은 최근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혜택을 무기로 국내 신혼여행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연착 사태가 빈번해 승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확히 한달 전인 지난달 18일에도 기체 결함으로 항공편이 지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체에 문제가 생기면 안전상의 이유로 회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인천공항공사 측 설명. 그러나 승객들이 문제 삼는 것은 항공사의 고객 대응 태도다.   실제 이번에 하와이안 항공은 보상차원에서 승객들에게 350달러의 바우처를 제공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하와이 현지 지점장은 이같은 내용을 안내하고 한국 지사에 권한을 위임했으니 추가 보상이 있을 거라고 승객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인천에 도착하니 말이 달라졌다. 한국 지사측도 아무 권한이 없다고 잡아뗀 것. 승객들이 직접 현지 쪽과 통화하겠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규정상 번호를 알려줄 수 없으며 지금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에 승객들은 항공사측과 오전 9시까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승객들은 카페를 개설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는 외국 항공사와 관련한 사항은 보상받기가 쉽지 않은 것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기체 결함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회항하는 경우는 면책 사유"라며 "항공사에서 사전고지했다면 보상기준 적용이 어렵다. 이와 별도로 여러가지 손실이 있다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하와이안 항공에 `이번 일을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이런 일로 손해 본 적이 없다`며 막무가내로 나왔다"면서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