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던진 이케아.."韓가구시장 잡겠다"

by민재용 기자
2014.03.04 11:06:24

"한국에선 가구 배송한다"..한국시장 `필승 카드`
일본 진출 실패 후 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재기 성공
"예상은 했지만"..韓가구사 대응책 마련 분주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이케아가 승부수를 던졌다. 고객이 직접 집에서 조립해 쓰는 이케아 특유의 ‘DIY방식’ 대신 한국에서는 가구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용적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이케아가 한국식 가구 배송 서비스까지 도입하면서 국내 가구 시장에 미치는 이케아의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시장에 미칠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가구시장을 장악한 이케아지만, 지난 1980년대 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일본에 진출했다가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가족과 함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이케아 매장에 들러 가구 부품을 사고 집 앞 뜰이나 창고에서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DIY), ‘이케아식 문화’가 일본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

▲스웨덴 이케아 매장의 내부 모습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택이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가구를 조립할 공간도 넉넉지 않은 일본에서 이케아의 DIY 가구가 성공하긴 힘들었다”며 “특히 아시아 권에서는 가구가 실용적 아이템이라기보다 집안에 비치해야 할 중요한 제품으로 여겨, 비싼 가구가 더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 특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케아는 일본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20년 뒤 이케아는 일본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 이번에는 전략을 완전히 바꾼다.

이케아는 일본에 재진출하면서 곧바로 일본 현지 업체인 미쓰비시 물류와 제휴, 배송 서비스와 설치·조립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이케아는 일본에서 안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케아는 일본 진출 6년만에 매장 수를 7개로 늘리며 순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는 일본의 실패에서 현지화 마케팅의 중요성을 분명 깨달았다”면서 “한국시장 진출 때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의 배송서비스 도입은 한국 가구업체에게 직격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의 고객 배송 서비스가 일본에서처럼 ‘필승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직접 가구를 사와 조립하는 문화에 익숙지 않고 배송과 설치를 해주는 가구를 더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배송·설치서비스를 이케아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뒀는데, 이케아가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면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가구업체 관계자도 “직접 매장에 가서 구매하고 직접 설치해야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케아의 가구를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큰 장점”이라며 “이케아 가구가 국내 가구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케아가 배송서비스를 도입한 일본과 중국에서는 초기 소비자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었다. 주문이 몰려 배송 예약이 1주일 이상 밀려 배송되는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케아는 배송 수요가 급증하자, 배송 건수를 1인당 2~3건으로 제한하고 운송 요금을 올리는 정책을 쓰기도 했다.

올해말 경기 광명시에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 점포 입면도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배송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려면 배송과 설치를 해준다는 것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질을 유지하면서,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인상되지 않아야 이케아의 파급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009240) 측은 “가구 배송과 설치에 전문 인력을 둔 국내 가구업체와 외주 하청을 주는 이케아의 배송 서비스의 질이 같을 수 없다”면서 “국내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가 분명 다를 것”이라고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