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도운 백화점 여름세일..소비심리 '꿈틀'

by장영은 기자
2014.07.28 10:56:07

장마철에 비 안오니 객수·매출 증 '반짝'..가을 윤달 영향으로 혼수 수요 몰려
액세서리·해외의류·화장품 매출↑..소비 심리 회복 기대감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오랜만에 날씨가 백화점 장사를 도왔다. 마른 장마가 지속되면서 여름 정기세일 기간 고객수와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온 백화점 업계가 모처럼 웃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한달간 진행된 백화점 매출을 집계한 결과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기존점포 기준) 증가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5.2%, 신세계(004170)백화점은 4.8% 각각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각사의 여름정기세일 매출 신장률(롯데 5.8%, 현대 4.9%, 신세계 2.1%)과 비슷하거나 최대 2배 가량 더 높다. 지난해 백화점 정기세일 실적이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여름 정기 세일 실적은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품목별로는 시즌 상품인 스포츠와 레저 상품군이 선전한 가운데 남녀 의류도 오랜만에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여성의류가 8.1%, 남성의류가 9%의 매출 신장율을 기록했고, 레져(18.2%), 골프(7.5%), 일반스포츠(14.9%)가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백화점도 여성패션 매출이 9% 증가했고, 시즌잡화(17.4%), 화장품(6.5%) 등이 잘 나갔다. 신세계백화점은 패션 액세서리 매출이 30.7% 급증했으며, 아웃도어(9.6%)와 화장품 (4.6%) 등의 호조였다.

이밖에도 해외명품 시즌오프 기간이 백화점 세일과 겹치면서 해외 의류와 잡화류의 매출 신장률도 10% 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 세일 실적의 1등 공신은 날씨로 꼽히고 있다.



사실 최근 날씨는 백화점 영업에는 악천후였다. 지난해에는 짧은 봄에 여름 기습적인 폭우로 매출이 부진했고, 정작 겨울에는 따뜻한 날씨가 봄에는 늦추위가 이어지면서 각 시즌 상품이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 여름에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지 않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백화점으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은 강우일이 24일이었지만 올해는 비가 온 날이 열흘에 그쳐 절반도 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로 세일 중반 이후로 고객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초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반면, 올해는 정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며 “더운 날씨에 백화점으로 피서를 온 고객들이 늘면서 매출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일 초반에만 해도 첫 사흘간 매출 신장률은 롯데백화점이 4.4%, 현대백화점이 3.7%, 신세계백화점이 0.7%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통상 세일 초반 매출 신장률이 최종 실적에 비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날씨 덕분에 ‘뒷심’을 제대로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올 가을 결혼 성수기에 걸쳐 있는 윤달(10. 24~11.21)도 백화점 매출 신장에 한몫을 했다. 윤달 전에 결혼을 하기 위한 신혼부부들의 혼수 용품 수요가 여름 정기세일에 집중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주방(12.1%), 식기·홈데코(12.4%), 가구(18.3%), 장신잡화(35.3%) 등이 모두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모피(31%), 가구(18.3%),주얼리·시계(12.9%) 등 혼수 관련 용품 매출이 선전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가전 매출이 11.9% 늘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소비 심리 회복을 점치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건당 결제 금액을 보면 고가 상품에 구매 건수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액세서리, 화장품 등의 고가 사치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소비 심리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