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개들도 반려견이 될 수 있어요"

by차예지 기자
2017.12.03 16:06:47

웨버, 2011년 처음 한국 방문해 개농장 끔찍한 실태 확인해
농장 구조견들, 상냥하고 활발한 모습이 여느 반려견과 다르지 않아

30일 서울 중구 순화동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휴메인소사이어티가 주최한 식용견 농장 폐쇄 활동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사진=차예지 기자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개농장 개들이 반려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대중인식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HSI)의 아시아 지부 매니저 롤라 웨버의 말이다. 그는 개농장에서 끔찍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식용견들을 구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업종 전환을 원하는 농장주들을 지원하는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웨버를 만난 곳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순화동 순화동천에서 열린 식용견 농장 폐쇄 활동 사진 전시회였다. 이날 전시된 사진은 HSI가 2015년부터 국내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으로 입양 가 지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HSI는 지난달 28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개농장에서 178마리를 구조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거주하는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11년이었다. 해외 언론을 통해 한국 개농장의 실태를 접한 그는 자신의 눈으로 그 참담함을 확인하고 싶었다. 혼자서 둘러본 한국 개농장은 언론에 비친 것 보다 더 끔찍했다고 한다. 개농장에 사는 개들은 도살될 때까지 음식 쓰레기를 먹고 살며 목욕과 산책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철창 우리인 뜬장에 살며 악취가 들끓는 좁고 지저분한 견사에서 생활한다.



그는 농장에 있는 개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매우 슬프며 참담함을 느낀다”며 “개들을 구조할 때는 서두르지 않고 따뜻하고 조용하게 말하고 쓰다듬어 주며 개가 마음을 열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웨버는 지난 2014년부터 HIS에 합류해 이제까지 고통 속에서 도살만 기다리던 1300여마리의 식용개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다. 웨버는 “우리가 만난 개들은 케이지 안에서의 삶이 전부인지 알아서 낯선 모든 것을 두려워 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전시회장에는 농장에서 구조된 개 4마리도 함께했다. 농장에서 지낸 개들은 의기소침하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일반 반려견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활발한 모습이었다. 전시회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반긴 DJ(2살)는 이 단체에서 통역을 맡은 애니가 키우고 있다. DJ는 관람객들에게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다. HSI 직원들의 품에 안겨있던 태어난지 1개월 된 도사견 3형제는 곧 미국으로 입양을 간다고 한다. 이 강아지들도 얌전하게 직원들의 품에 안겨있었다.

이날 전시회에는 행사를 후원하는 주한영국대사관의 찰스 헤이 대사와 영국 상원의원인 로빈 러셀 경도 참석했다. 헤이 대사의 반려견 역시 이 단체가 구조한 강아지다. 캐스피언은 지난 3월 경기 고양시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됐다. 헤이 대사는 영국으로 돌아갈 때도 캐스피언을 데려갈 생각이라고 한다.

HIS는 한국 NGO가 전국 1만7000개 개농장을 폐쇄하고 개들을 다 구조하는 한계가 있어 개농장을 10번째까지 폐쇄하고 한국 정부에 개농장 관련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웨버는 “극소수가 개식용을 금지시켜 달라고 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중인식이 바뀌는 등 여러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되는데, 식용개들이 반려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가 롤라 웨버가 개농장에서 구출된 DJ와 놀아주고 있다. DJ는 기자에게도 상냥하게 꼬리를 흔들고 장난감을 던지면 물어오는 등 여느 개들과 다르지 않은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차예지 기자
활동가 롤라 웨버가 농장에서 구조된 생후 1개월 새끼 강아지를 안고 있다. 이 강아지는 아기라 잠이 많은지 내내 자는 모습이었다. 사진=차예지 기자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가족이 개농장에서 구조한 캐스피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사진=차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