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괴롭힌 '저가수주 악몽', 조선업 덮치나

by함정선 기자
2014.07.30 10:45:36

1분기 삼성중공업 이어 2분기 현대중공업 대규모 손실
저가 수주로 원가 상승..건설사 손실 행진과 '비슷'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1분기 삼성중공업에 이어 2분기 현대중공업이 저가수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조선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GS건설의 대규모 손실을 계기로 시작된 건설업계 저가수주 손실 악몽이 조선업에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한 대부분 조선사의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분기 실적 호조를 기록한 삼성중공업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2분기 대규모 손실 반영 현상이 다른 조선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삼성중공업이 1분기 저가수주에 따른 손실을 털어냈고 현대중공업마저 이에 동참하며 조선사들이 잇따라 추가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사들은 GS건설의 대규모 손실 인식을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SK건설 등이 적자 행진을 펼친 바 있다.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나타나는 저가수주 현상은 이처럼 업계 전반에 적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조선과 건설업은 손실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건설사들은 해외 공사 현장에서 공사가 지연되거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원가가 올라 예정보다 많은 돈을 소요하며 손실을 냈다.

이번 현대중공업과 1분기 삼성중공업 역시 기존에 예상했던 원가보다 많은 돈이 들며 원가가 상승,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다.

문제는 저가 현장에서의 손실이 한 번 발생하면,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손실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GS건설의 경우 해외 사업장의 손실이 올 초까지 이어지며 7분기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또한 저가 수주가 발생했던 시기에 수주한 다른 사업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비슷한 시기에 수주한 공사의 경우 원가율 상승 추세가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제다 사우스’와 ‘수퀘이크’ 등 2개 사업장에 대한 추가 손실 우려가 남아 있다. 총 6조원 규모 사업장에서 지금까지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는데, 원가 상승에 따른 추가 충당금 인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공정이 지연되고 있어 하반기까지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나온다. 한 프로젝트의 공정이 지연되면 장소 등 문제로 다른 프로젝트의 공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 등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조선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이어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또 다른 조선사가 등장할 경우 조선업체 대한 신뢰가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1분기 적자를 내고도 2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조선업이 건설업처럼 긴 시간동안 부진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조선사들이 매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저가 물량을 소화한 만큼 추가 대규모 부실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조선사들의 손실이 지속될 경우 건설사들과 같은 신용등급 줄하향도 우려되고 있다. 다만 크레딧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의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지만 추가 손실발생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충당금이 설정된 프로젝트에서 추가적인 손실발생이 제한될 것”이라며 “회사가 원가 절감과 납기단축 등을 통해 손실 규모 축소 노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수주를 매출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보이는 것은 한 번은 지나가야 할 과정”이라며 “삼성중공업이 1분기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고도 2분기 정상마진을 회복한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