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키워드로 본 '2019 직장갑질'…"폭언·성희롱·보복·따돌림·신고"

by손의연 기자
2019.12.22 17:12:40

직장갑질119 "법 시행 후 신고자에 대한 보복 잇따라"
"정부가 보복행위에 대해 강력처벌해야…가해자 제재 조항도 필요"
"임원 등 사용자에 대한 피해 발생시 노동부가 직접답당해야"

(사진=직장갑질119)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욕설 듣는 건 기본이고, 멱살까지 잡혔습니다.”

직장인 A씨는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회사에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징계받을 위기에 몰렸다. A씨는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져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며 “상사가 둘만 있을 때마다 욕설을 하고, 책상을 내리치고 발로 툭툭 건드리는 등 위협을 가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나를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괴롭히는 상사 때문에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지만, 회사는 오히려 지시불이행으로 나를 징계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괴롭힘을 신고한 직장인들은 2차 피해까지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접수한 이메일 중 신원이 확인된 것을 분석해 올해의 키워드 5개를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키워드로 △폭언 △성희롱 △보복 △따돌림 △신고 등을 꼽았다.

단체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신고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A씨는 “업무 교육 중 상사가 갑자기 책상에 있는 키보드를 던지더니 나를 포함한 팀원 3명을 회의실로 따라오라고 했다”면서 “상사는 사원들을 불러 ‘대표이사가 너희를 싫어해 물갈이를 하려고 한다’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퇴근 1시간 전에 해고를 통보받았다.

B씨는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해 회사 사장에게 이야기를 꺼낸 후 폭언을 들었다. B씨는 “휴가에 대한 얘기중 사장이 갑자기 일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테이블 위에 있던 화분을 발로 차 깨뜨리며 ‘XX, 사장이 우습냐’고 욕을 했다”면서 “노동청과 상담을 해도 대표가 가해자라 현실적으로 실효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단체는 “폭언과 성희롱, 보복,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고 이를 회사에 신고한 직장인들은 무시, 늑장처리, 솜방망이 징계, 불이익 처우 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직장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고용노동청이지만, 법의 한계만 강조하고 있기에 직장인들은 3차 피해까지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피해를 신고한 직원에게 해고를 포함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해 사실을 아는 누구든지 법적 보호 절차를 자유롭게 밟도록 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다”라며 “정부가 신고에 대한 불이익 처우라는 보복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단체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피해자의 신고를 받는 자가 ‘사용자’라며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대표나 임원 등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이 가해자라면 회사 내에서 신고가 어렵고 해결될 수도 없다”며 “이럴 경우 노동부에 피해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노동부에서 관련 조사와 조치를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단체는 가해자에 대한 제재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당장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의 도입이 어렵다면 최소한 가해자가 사업주(대표자)인 경우에라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올해의 속담으로 ‘언덕은 내려다보더라도 사람은 내려보지 말라’를 선정했다. 140명 스태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 ‘조상을 박대하면 삼 년에 망하고 일꾼을 박대하면 당일에 망한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등이 올해의 속담 후보에 올랐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존중하는 직장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의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