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주가 부양하자…KB·신한금융, 나란히 '자사주 소각' 카드

by이승현 기자
2019.12.08 18:24:40

KB, 1000억 규모 자사주 소각 확정
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매입 과정서 자사주 소각 방침
주가부진 지속에 시장에 '주주친화 의지' 표명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금융권에서 침체된 주가의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이 확산될 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금융이 자회사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매입과정에서 자사주 소각방침을 밝힌 데 이어 KB금융은 지난 6일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계획을 확정했다.

KB금융은 총 발행주식 4억1811만1537주의 약 0.55%인 230만3617주의 자사주를 오는 12일 소각키로 했다. 소각규모는 1000억원 가량이다. 이는 국내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첫 자사주 소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2016년부터 4차례에 걸쳐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현재 2847만7202주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내년 1월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40.85%·3350만주)을 총 9584억원에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취득키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6000억원 상당을 신한금융이 보유한 자사주(1388만2062주)로 교환해주고 나머지 자금은 신주 발행(823만주)으로 조달키로 했다.

신한금융은 이 과정에서 약 3584억원의 신주금액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주가하락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신주발행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소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업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 감소로 주당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가지 제고 방안이다. 물량부담(오버행)도 없어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관리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금융회사들이 자사주 소각에 나선 건 올 들어 양호한 실적에도 주가가 침체수준을 면치 못하자 시장에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금융업 지수는 올해 422.31로 시작해 지난 4월 15일 465.15까지 올랐지만 지난 6일 기준 400.77로 떨어진 상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금융지주의 밸류에이션이 금융위기보다 낮은 역사적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고 이익이 높아져도 주가상승이 쉽지 않았다”며 “최상위 금융지주의 전향적 배당정책 결정은 은행주에 상당히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총 3억24만2062주의 발행주식에서 자사주 867만67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얘기는 없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총 발행주식 수는 7억2226만7683주이며 자사주는 갖고 있지 않다.

[그래픽=김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