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핵심공급정책도 표류..‘도심복합사업’ 좌초되나

by김나리 기자
2022.06.03 10:40:00

[표류하는 도심공급]
후보지 76곳 중 본 지구 지정 8곳에 그쳐
2월 이후 추가 후보지 선정도 안이뤄져
국토부 "기존 지구 사업 이어갈 것"
전문가 "사업 전면 개편 어려우면 일부라도 수정해야"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선보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후보지 곳곳에서 주민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새 정부가 철회 및 개편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분위기다.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후보지 주민들이 지난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공반연)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중 주민(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 본 지구로 지정된 곳은 8곳에 그친다. 나머지 58곳은 여전히 후보지 상태에서 멈춰 있다.

본 지구 지정을 위한 추가 후보지 역시 2월 이후로 발표되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추가 후보지 발표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도심복합사업은 지난해 문재인 정권이 2·4대책을 통해 발표한 핵심 주택 공급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주도로 노후화된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해 신속하게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설됐다.

당시 정부는 공공주도 개발의 장점으로 민간 재개발보다 빠른 사업 추진 속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지난해 6월 29일 이후 주택을 매수한 경우에는 무조건 현금청산 되도록 권리산정일을 지정하면서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졌다.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3080 공공주도 반대 연합회(공반연)’에 따르면 후보지 76곳 중 사업에 반대하는 곳은 45곳 이상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를 상대로 법적다툼에 들어간 곳도 나왔다. 본 지구 지정을 마친 1호 사업지 증산4구역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후보지인 미아역동측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공공 주도 개발 대신 민간 개발 확대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도심복합사업이 개편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희룡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8월까지 공급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주민 갈등이 빈번한 곳을 중심으로 전 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주도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중 등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국토부는 지구지정이 완료된 곳에서는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 계획에 도심복합사업이 어느 수준으로 담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계속 진행은 될 것”이라며 “대신 기존 지구에선 계속 사업을 추진하되 주민 선호도가 높지 않은 구역들은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청산 대상자 구제 방안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사업 보완책 마련이 지연되면서 올해 연말로 예정됐던 사전청약 등 관련 일정은 전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4대책이 과도하게 공공주도로 치우쳐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공공 개입이 필요한 곳이더라도 주민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또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면 개편이 어렵다면 일부 수정과정이라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