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같은 공공주택 지어 시세의 반값 이하로 분양할 것"

by오희나 기자
2023.01.08 19:11:54

[만났습니다]김헌동 SH공사 사장①
서울형 전축비 도입햐 공사비 올라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건물만 분양하면
시세 20억 주택, 5억원대에 분양 가능
잘 만든 공공주택으로 민간과 경쟁
1000만 시민, 집 걱정 없게 만들 것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100년 이상 가는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공공 아파트도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

김헌동 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8일 계묘년 새해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SH공사와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가 서울에 25만채 수준이다”며 “재건축 기간이 도래하면 용적률을 풀어서 고층화·고급화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김헌동 SH공사 사장이 8일 서울 강남구 SH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주택과 앞으로의 서울시 주택공급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기본형 건축비’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두 차례씩 물가변동률을 고려한 공사비 지수를 적용해 정부가 고시하고 정부는 ‘기본형 건축비’라는 명목으로 건축비의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분양가는 이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와 건축 공사비의 간접비가 포함된 금액으로 산정하는데 원자재값 급등 상황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건축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서울형 건축비를 만들어 공사비를 30~40% 이상 높여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해도 시가 20억원 수준인 아파트를 SH공사가 분양하면 원가는 3억5000만원 수준이고 분양가는 4억5000만~5억원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이 잘 만들면 민간도 경쟁하듯이 지을 수밖에 없고 공공과 민간이 경쟁한다면 서울이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며 “1000만 서울 시민이 SH공사를 만든 만큼 집 걱정없는 고품격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집값을 끌어올렸나’란 책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현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그간 부동산 대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공약을 구체화한 정도에 불과하지 시스템, 금융, 공급 방식 등 바꾼 것이 없다. 연초에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에 400만채의 집이 있고 1년에 20만건이 거래돼야 정상적인 시장인데 지금 거래되는 것은 1만건도 안 된다. 재고가 남아돌아 공급이 넘치고 있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져서다. 지난 2021년만 해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연 8%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집을 사겠나. 그동안 (집값이 오른 건) 엉터리 진단, 엉터리 처방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고 또다시 잘못된 진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이라고 생각해서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SH공사의 역할은 1000만 시민의 집값 고민을 해결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주거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억원 수준인 아파트도 SH공사가 분양하면 원가가 3억 5000만원 수준이고, 분양가는 4억5000만~5억원대가 가능하다. 그래도 30% 이익이 남는다. 서울의 분양원가가 이런데 경기도에서 7억~8억원에 사전 청약을 할 이유가 없다. 강남 세곡, 서초 내곡, 송파 오금, 고덕 강일 등 분양원가를 다 공개했다. 무리하게 집을 사지 말라는 시그널이었다.

분양원가 공개는 법으로 한 것이 아니다. SH공사의 주인은 서울 시민이다. 주인이 자료를 공개해 달라는데 그걸 하지 않는 건 법이랑 상관없다. LH는 사전청약 6억~7억대 분양해 서울보다 비싸다. 수도권에서 분양하는데 SH공사보다 1.5배 비싼 수준이다. SH공사 분양가가 30~40% 낮았는데도 이익이 30~40% 났는데 LH는 (분양가가 비쌌으니) 더 이익을 냈을 거다. LH는 지방에서 손해를 봤다고 하는데 안 팔리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되고 또 지난 5년 동안 지방도 분양이 잘됐다. 그동안 SH공사는 1조원도 못 벌었는데 LH는 18조원의 이익을 냈다. 공기업의 주인은 5000만 국민이고 위임된 권한은 시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준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면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김헌동 SH공사 사장이 8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경실련 시절 “강남 1억원대 아파트 공급 가능하다” 했다. 반값인데 반갑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집사는 사람이 모두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게 아니다. 지난 2021년 집값 평균이 12억원인데 대출을 해도 집을 사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값 아파트를 도입하면) 건물만 팔면 되기 때문에 3억~4억원이면 살 수 있다. 물론 매수 여력이 있는 사람은 토지·건물 모두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건물만 분양하고 대출도 70~80% 해 준다면 1억~2억원이면 집을 살 수 있다. 그게 왜 반갑지 않은지 모르겠다.

지난 2021년 11월 취임할 때만 해도 집값·전셋값이 뛰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분양원가 공개다. 2011년 오세훈 시장 당시 만들어놓은 서울형 분양원가 시스템을 활용했다. 82.6㎡(약 25평) 아파트 원가가 3억5000만원 수준이라는 걸 알리면 영끌이나 집값 상승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산 공개, 사업평가 결과 공개, 설계도면 공개 등 모두 처음 시도한 거다. 반값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기업 혁신을 주문했는데 SH공사는 이에 앞서 투명 경영, 열린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경영 목표의 80% 이상 달성했다.

-고덕강일 3단지 처럼 `토지임대부` 주택 방식으로 분양하려면 택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SH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30년 이상 아파트가 34개 단지에 4만 가구가량 된다. 이 단지를 재건축하면 10만채 이상 공급할 수 있다. 마곡 지구, 위례, 고덕 강일, 은평 등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공급 계획을 제시한 곳도 있다. 토지 임대료는 여유가 있는 분들은 매달 받기보다 10년이나 50년치를 선납하면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남은 임기, 중점적으로 추진할 역점 사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SH공사는 건축주이기 때문에 건축 강국, 건설 강국이 목표다. 국민이 개발한 기술은 건축물에서 구현된다. 인간이 개발한 모든 기술은 건축물을 만들거나 운영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건축 강국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선진국이다.

건축주는 설계·건설을 잘 맡기고 건물이 완성되면 잘 운영하는 게 일이다. 건축주가 현명한 선택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매겨야 건축물이 잘 만들수 있다. 공공이 잘 만들면 민간도 경쟁하듯이 지을 수밖에 없고 공공과 민간이 경쟁한다면 서울이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1000만 서울 시민이 SH공사를 만든 만큼 집 걱정없는 고품격 도시를 만들겠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955년생 △쌍용건설 △한국건설정보시스템 대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아파트값거품빼기본부장 △정동영 국회의원실 보좌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