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싸움에 등 터지는 동남아…리셴룽 "선택 강요받을 수 있어"

by김인경 기자
2018.11.16 09:20:35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과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 관계를 우려한 말이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입장이 다른 두 나라와 친구 사이라면 잘 지낼 때도 있지만 양쪽 모두와 함께 지내려고 하면 어색해질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총리는 “(미·중 양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 당장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무역이나 안보 등의 문제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리 총리는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새롭게 달라진 환경 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며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은 새로운 미국의 아시아 접근법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미국이 무역정책 등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는 동시에 아시아 문제에 적극적 개입 의지를 밝히는 것 양쪽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올해 무역을 두고 충돌한 데 이어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에 대한 안보 문제에서도 연이어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미국과 역사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일정에 맞춰 항공모함 두 척과 예하 전단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다. 이번 훈련은 남중국해 등 동남아 일대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이번 훈련이 지역 일대의 안정을 해치고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일대일로와 경제적 접근을 바탕으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