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후변화에 더 적극 대응"…반(反)환경기업 회사채 줄인다

by이정훈 기자
2021.02.11 21:28:36

유럽의회, ECB에 "`인플레 위협` 기후변화 적극 고려"
라가르드 "기후변화와의 전쟁,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갈로 위원 "기후변화 실적 따라 자산매입·담보 차별화"
노트 위원 "공해유발기업 돕는단 편견 없도록 재설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에서 중앙은행의 대응도 잰걸음을 내게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기업들의 회사채를 줄이는 대신 적극 대응하는 기업 회사채를 더 사주는 방식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10일) 유럽의회(EP)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회의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를 불러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서 기후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라가르드 ECB 총재도 “우리는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부터 결코 물러서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저 자신의 입장은 확고하며 앞으로 ECB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몇 년 간 ECB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총 3000억유로 정도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탓에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회사채를 과도하게 사들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ECB는 현재 통화정책에 기후변화 요소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두고 포괄적인 정책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중반 쯤 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날 ECB 정책위원들도 유로존 경제 전문지인 옵션파이낸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주최한 `기후변화 금융`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제시하고 나섰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이기도 한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ECB 정책위원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ECB는 기업들의 기후변화 위험도에 따라 그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입하거나 담보로 받을 때 차별 대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산매입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매입을 줄이는 대신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기여한 기업 회사채를 더 사들이는 방식을 쓸 수 있다”고 했고, “담보대출을 해줄 때에도 기후 변화 대응 실적이 좋은 기업의 회사채에 더 높은 담보가치를 적용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ECB의 통화정책에 기후변화 요소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기후변화 위험은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한편으로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가장 경계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와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갈로 위원은 “ECB가 대차대조표에 보유하는 모든 기업 자산을 실질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탈(脫)탄소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겸임하고 있는 클라스 노트 정책위원도 이날 행사에서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들의 자산 가격이 왜곡되고 있는 만큼 시장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ECB는 자체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따라 회사채를 매입할 때 기후변화 요소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트 위원은 “ECB가 이 같은(=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자산을 매입해주고 있다는) 편견을 초래하지 않도록 통화정책 수단을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더 많은 녹색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