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LH 공채 미뤘다…공급 대책 차질 생기나

by황현규 기자
2021.04.04 12:10:10

올해 1200명 공채 계획했으나
투기 의혹·부정 여론으로 공채 무기한 연기
“2·4대책 첫 발 뗐는데…업무 차질 불가피”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정부가 공공주택복합사업의 첫발을 뗐지만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인력난’으로 사업 진행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LH 땅 투기 의혹’으로 올해 신규·경력 공채를 미룬데다 앞으로 LH 조직이 슬림화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3~4월 이뤄질 것으로 계획됐던 LH 신입·경력 공채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올해 초 공지한 2021년 채용 계획을 보면 상반기 채용형 인턴(5·6급) 150명, 하반기 채용형 인턴(5·6급) 200명, 업무직(무기계약직)160명, 체험형 청년인턴(700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약 1200명으로 지난해 960명의 채용보다 25% 늘어난 채용 규모다.

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LH의 올해 채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채용 공고를 지난 3월(하반기 인턴 제외)에 낼 계획이었으나 광명·시흥지구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채용이 뒤로 밀린 것이다. LH관계자는 “LH 채용 공고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며 “언제 채용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LH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서 올해 채용을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LH 채용 연기가 불가피해지면서 2·4대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점이다.

앞서 LH는 2·4대책 이후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충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100여명 규모에 ‘수도권 주택공급 특별본부’를 운영 중 중이긴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전담 인력이 아닌 겸직 업무를 수행 중이다. LH직원 관계자는 “현재 각 부서 인원들 TF팀 개념으로 만든 게 특별 본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사실 공공사업의 핵심은 인력인데, 공직자들의 업무 과중 등으로 볼 때 사업이 빠르게 추진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해 8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말 그대로 그만큼의 공직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공사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기 위한 인력 충원은 다른 공기업에서도 이뤄졌다. 공공재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서울주택공사(SH)도 사업 추진을 가속화 하기 위해 최근 전담부서 인력을 6명에서 12명으로 확대했다. SH 관계자는 “공급 정책은 민원도 적지 않고 업무도 많아 직원들의 관심이 크게 필요하다”며 “공공재개발 사업 확대를 위해 SH도 최근 조직 개편에서 전문 인력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앞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LH 슬림화’ 작업도 공급 대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LH혁신과는 별개로 2·4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정부는 LH 땅투기 재발방지를 위해 △기능·조직에 대한 혁신적 개편 △투기방지를 위한 강력한 내부통제 △공공기관으로서 탈바꿈하는 경영혁신 등 3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조직·기능의 슬림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일부 기능에 대해서는 민간·지자체 이양 및 타 기관 이관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도 “LH가 해체를 막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 조직 규모를 크게 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LH를 전면 개편을 하게 될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대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공급 주체인 LH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의 고심은 막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LH가 시행에 참여하는 만큼 LH 내부 혼란은 공급 대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내부정보 이용 등을 위해 업무를 지나치게 쪼개다 보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