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봄부터 긴축 출구전략 찾나…새해 美 증시 '꿈틀'

by김정남 기자
2023.01.24 17:53:40

"연준, 25bp 올릴 것…봄부터 인상 중단"
출구전략 가능성에 설 연휴 3대지수 급등
'비용 절감 조치' 빅테크 주가 특히 더 올라
일각서 "통화 완화 일러…증시 약세 기울어"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새해 금융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약세장 가운데 일시적인 반등, 즉 약세장 랠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설 연휴 뉴욕 3대지수 급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연준 인사들이 두 번 연속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올해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은 이후 얼마나 금리를 더 높일지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연준이 다음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25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의미다. 연준은 직전인 지난해 12월 FOMC 때 75bp에서 50bp로 인상 폭을 낮췄는데, 이번에 2회 연속으로 속도조절에 나선다는 얘기다. 시장은 그동안 25bp 인상에 기울어진 가운데 50bp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아 왔다. WSJ의 보도가 시장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셈이다.

WSJ는 더 나아가 올해 봄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거론했다. WSJ는 “연준은 이번 FOMC에서 노동 수요와 소비,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더 둔화했는지 신중하게 살펴볼 수 있다”며 “올해 봄 인상을 중단하기 전에 그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연준 금리는 4.25~4.50%다. WSJ의 보도대로라면 이번 FOMC와 3월까지 더해 두 차례 25bp 올린 후 5월부터는 4.75~5.00%에서 일단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준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최종금리 전망치(5.1%)보다 낮다. 연준이 이번 긴축 국면에서 조금씩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가 이를 주말에 보도한 직후 첫 거래일인 23일 뉴욕 증시는 장중 내내 상승세를 탔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9% 오른 4019.81을 기록하며 4000선을 회복했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76%,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01% 각각 올랐다. 그 덕에 이번 설 연휴 기간 3대 지수는 각각 3.1%, 1.7%, 4.7% 올랐다. 지난해 만연했던 약세장 심리가 무색한 흐름이다.

시장 내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FOMC 때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나왔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1일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은 99.9%로 나타났다. 동결 확률은 0.1%로 새롭게 반영됐다.

금리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기술주가 특히 많이 올랐다. 애플(4.3%), 알파벳(구글 모회사·7.2%), 아마존(4.1%), 테슬라(13.0%), 메타(페이스북 모회사·5.2%) 등 빅테크주는 설 연휴 2거래일간 모두 급등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경기 침체 국면을 앞두고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일 총 1만2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연준, 올해 봄 금리 인상 중단”

다만 연준 출구전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CNBC와 만나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대해 “안도감이 현실 안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빨리 사라지지 않을 많은 인플레이션 요인들이 기저에 있다”며 “기준금리는 5%보다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WSJ의 보도와 비교해 훨씬 매파적인 언급이다. 연준 내 초강경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근래 WSJ와 대담에서 “다음 회의 때 50bp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 역시 “연준은 이번 FOMC를 통해 추후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며 “새로 나오는 경제 지표들에 크게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전히 큰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은행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 분석가는 “강세론자들이 단기 모멘텀으로 경기 연착륙을 거론하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추세는 여전히 약세 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