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양진호 회삿돈 횡령 정황 포착…'혐의 총 9가지'

by신상건 기자
2018.11.10 11:47:32

위디스크 운영 자금 약 3억원 임의로 소비 확인… 업무상 횡령 혐의 추가
웹하드 카르텔 전반에 관여했는지 등도 추가 조사
직원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과 관련 별도 수사팀 투입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경찰이 폭행과 마약 관리류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약 3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양 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추가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한 업체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양 회장의 회삿돈 횡령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지난 3월 말 한국미래기술 관계사인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의 운영 자금 2억 8000여만원을 임의로 소비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양 회장의 회삿돈 횡령 액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써 경찰이 양 회장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총 9가지로 늘었다.

양회장이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마약류 관리법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음란물 유포 방조) △저작권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방조) △폭행(상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경찰은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 전반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헤비 업로더→웹하드업체→필터링업체→디지털 장의업체’로 이어지는 웹하드 산업의 연결고리를 이용해 담합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은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도록 단순히 방치한 것이 아니라 유통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 회장의 마약 복용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양 회장의 체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는 다음 주쯤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또 양 회장의 직원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에 대해 별도로 사이버테러수사팀을 투입해 수사할 예정이다. 양 회장의 측근이자 위디스크 전직 직원 A씨는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메신저 앱 설치를 지시했고 이 앱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해킹 앱이 깔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 회장은 이 앱을 통해 직원들의 금융거래 내역, 문자, 통화기록 등 개인 정보를 모두 훔쳐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 회장의 직원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양 회장의 직원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직원 폭행 영상이 공개된 지 10일 만인 지난 9일 경찰에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