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심화로 반도체·배터리 경쟁 격화…핵심우위 전략 필요”

by임애신 기자
2022.05.19 10:00:01

'공급망 안정화 위한 주요국 지원 정책과 시사점'
세계적으로 공급망 위험 대응 필요성 대두
한국, 日수출규제 및 요소수 품귀현상 겪어
특정국 의존도 줄이고 공급망 안정화 범위 넓혀야"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주요국·권역의 자체 공급망 구축이 심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급망상 핵심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과 더불어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품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금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글로벌공급망실장은 19일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5월호)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주요국의 지원 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경제 안보가 부상한 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리스크 대응 필요성이 대두했다”며 “우리나라도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지난해 하반기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로 구매한 요소수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실장은 “주요국과 권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문제의식은 자국·역내 첨단 생산역량의 부재”라고 판단했다. 세계 각국이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으로 분업화를 심화함에 따라 글로벌 가치사슬(GVC) 상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자국·역내 제조업이 붕괴했다는 인식이다.

그는 “소재·부품 공급선 확대 등 공급망 안정을 국정과제 우선순위로 두고, 산업정책을 통한 새롭고 넓은 시각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펼치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산업 성장 전략과는 별개로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최근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각한 품목 공급망을 보면 어느 한 국가 또는 기업이 단독으로 공급망 전체를 구축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는 미국과 그 주요 동맹국 및 파트너국이 핵심 병목지점으로 작용하며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정책을 자극하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한·중·일이 고루 최종 제품 세계 시장을 점하고 있지만, 다운스트림으로 갈수록 탈중국은 어려운 형국이다. 희토류 역시 중국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신뢰할 수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 실장은 “산업 특성상 절대적인 분절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나 파트너 국가 중심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기반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미국, 호주, 인도와의 쿼드 중심 공급망 강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참고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을 통해 안전보장 우려가 적은 국가들과의 국제협력의 틀을 활용하는 것 역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달라질 국제 정세에 대비해 공급망 안정화 품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향후 경제 및 무역이 국가 안보로 직결되는 상황이 심화해 주요국·권역이 더 적극적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기존의 안보 목적의 품목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품목까지 전략물자화될 수 있다”며 “더욱 폭 넓은 공급망 안정화를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주요국·권역이 자체 공급망 구축을 강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경쟁도 격화할 수 있다”며 “공급망상 핵심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