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텔·호흐티프 등 M&A·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활로 찾아

by오희나 기자
2022.08.15 19:05:41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
④佛 방시 설계부터 금융까지 '원스톱 멀티 사업구조' 구축
글로벌 기업 변신사례 통해 내수 벗어나 성공모델 만들어야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부진이 수년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건설사의 성공적인 변신 사례를 잘 살펴 새 성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유수의 건설사도 한때는 내수시장에 의존했다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기술력 확보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운 벡텔부터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키운 호흐티프, 방시 등 각자의 해법을 찾았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미국의 최대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은 1970년대 중동 시장 중심 도급 사업에 집중해 역량을 키웠다. 이후 한국과 일본 건설사가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워 중동 시장에 진출하고 1980년대엔 미국 내수 시장 부진까지 겹치면서 경영 위기에 처했다. 벡텔은 단순 시공회사가 아닌 설계에서 관리에 이르는 고부가 영역 발굴에서 해법을 찾았다. 건설사가 아닌 계획, 설계, 조달, 시공, 감리, 사후관리 등 전반을 관리하는 종합건설사로 탈바꿈했다.

독일의 호흐티프(Hochtief)는 M&A를 돌파구로 삼았다. 미국 대형 건설업체 터너, 인프라 전문 시공사인 플랫아이언, 호주의 부동산 개발전문업체 레이튼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11년 ACS가 지분 50.16%를 확보하면서 피인수됐다. ACS그룹은 호흐티프 인수로 매출 기준 세계 최대 건설회사가 됐다. 해외 매출비중이 80%가 넘는다.

1899년 설립된 프랑스 최대 건설사 방시는 전문 건설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자회사만 2200개가 넘는다. 방시는 다양한 자회사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설계·건설·금융·운영 서비스 등을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멀티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전문가들은 해외 사업이 ‘아시아·중동’으로 편중돼 있고 산업설비 수주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바꿔 나가도록 단계별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글로벌 기업은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높은 벽을 쌓고 있고 중국·인도·튀르키예(터키) 등은 과거 한국과 일본처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해외 건설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흡수하고 있어 갈수록 한국 건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주 시장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의 수주 비중이 높은 중동 지역은 전 세계 건설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당 지역의 경기에 따라 수주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시장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연구위원은 “그동안 호황이었던 국내 주택시장이 한풀 꺾이고 있기 때문에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투자개발 사업 비중을 넓히고 단발적 수주 전략보다는 현지화·고도화 전략을 통해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