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 금지'…이달 지배구조개선안 발표

by노희준 기자
2023.04.02 15:34:33

책임 범위 명확히 하는 '책임지도' 도입
지배구조 개선안 이달 중 발표 계획
금감원, 이달부터 은행 이사회 면답 시작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거액의 횡령과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자료=금융당국)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책임지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책임지도는 영국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금융회사가 모든 임원별로 금융사고 발생 방지와 관련된 책임 범위와 업무를 사전에 만들어 임원별로 책무를 명확히 해 둔 것을 말한다. 내부통제란 준법경영을 위해 임직원이 모두 따라야 할 절차를 말한다.



앞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등 실무진은 지난 2월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을 방문해 현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등을 찾아 책임지도 등이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확인하고 돌아온 바 있다. 금융당국은 책임지도가 도입된 뒤 현지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를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실무자의 잘못에서 내부통제를 잘한 임원이 외려 보호되는 효과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회사 임원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진(CEO)이 자신의 지인들로 이사진을 구성한 뒤 임원 인사권을 무기로 3연임이나 4연인 등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서다. 금융위는 또 금융사고 시 CEO에게 최종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조만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책임 영역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서 내부통제 부실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의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취소해 달라’는 법적 다툼에 나서 최종 승소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금융지주 및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시작한다. 금감원은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경영진의 감시 기능 작동 여부를 살피기 위해 은행 이사회 면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밖에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먼저 발표한 뒤 비금융회사까지 포함하는 ‘소유분산 기업’(대주주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이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