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상방리스크 커졌다.."국제유가, 당분간 70달러대"

by최정희 기자
2021.06.24 10:00:00

한은,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높은 수준 이어갈 듯"
물가 하락 요인 '관리물가' 하반기부턴 영향 안 미친다
관리물가 뺀 근원물가 1.7%.."수요측 물가 압력 높아"
1분기 임금 4.2% 올랐으나.."소비자물가에 전이될 상황 아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던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당분간 70달러대를 유지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1.8%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자재·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압력

한은은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은 하반기 중 2%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종전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전망 경로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은은 2019년 물가안정목표치를 연 2.0%로 정한 이후 물가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6월과 12월, 연 2회 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은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이, 소비 개선 등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으나 현재로서 이 모든 요인들은 물가 하락보다 상승 압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1.8%로 전망하면서 원유도입단가(국제유가)를 배럴당 65달러로 전제했는데 최근 국제유가는 70달러대로 높아졌다. 한은은 “최근 유가가 7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타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수요 회복, 공급 차질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돼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하락 요인인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도 이란 대통령에 ‘초강경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면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집중호우, 한파 등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영향으로 큰 폭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월 농축산물 물가상승률이 18.9%를 찍은 후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으나 5월에도 14.2%를 기록하는 등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 상승은 재료비 인상을 통해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물가 압력 커져..소비자물가보다 더 오를 근원물가

한은은 경기 회복에 따라 국내총생산(GDP)갭률(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차이)의 마이너스폭이 빠르게 축소되는 등 소매판매, 소비심리지수 개선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무상교육, 무상급식, 개별소비세 인하, 이동통신요금 지원 등 각종 정책으로 물가가 하락했으나 하반기부턴 이러한 ‘관리물가’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0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관리물가는 5월까지만 해도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을 1.7%에서 1.2%로 0.5%포인트나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엔 각각 물가상승률을 0.03%포인트, 0.05%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중 전산업 임금상승률이 4.2%(전년동기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처럼 인력난에 따른 임금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전이될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임금 베이스가 낮아 상승률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 가격으로까지 전가되기 위해선 경기회복이 과열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개인서비스업 임금상승률은 1.6%에 불과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도 낮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밝혔듯이 올 상반기엔 근원물가 상승률이 0.8%에서 하반기 1.6%, 내년 상반기 1.7%로 점차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1.7%, 2.0%, 1.3%로 하반기까지만 올랐다가 내년 1% 중반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상승률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 가격 오름폭 확대, 항공료 및 숙박비 등 서비스 물가 상승(일본 제외) 등 물가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기대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6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3%로 2019년 3월(2.3%) 이후 2년 2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당장 지금 물건을 사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1.8%를 추가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22일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수준(2.0%)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