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아내'에서 '국민 아들딸' 된 의사?..."달래줘야"
by박지혜 기자
2024.02.26 09:59:1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묘사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이번엔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를 ‘어린 아들딸’이라고 표현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회의 후 대통령실 앞까지 거리행진을 마친 뒤 “정부는 MZ세대인 전공의들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어린 아들딸이 왜 화가 났는지, 화가 났으면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그들을 달래주는 게 먼저”라며 “(정부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이전에 회초리를 먼저 들었다. 회초리를 들어 안되니까 몽둥이를 들었다. 몽둥이를 들어 안되니까 이제 구속 수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덧붙였다.
|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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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발언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아들딸? 목숨 갖고 협박하는 자식?”,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서 뭐가 문제인지 공감도 못하면서 무슨 아들딸 타령이냐”, “그런 자식 둔 적 없다”는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의사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의료 전문가로서 향후에 닥칠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전문가의 목소리를 여러분께 드리는 게 아니겠는가”라며 “이게 어떻게 직역 이기주의가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응해 연 언론 브리핑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고 많은 의사가 자기 마음이라면서 나에게 보내왔다”며, 정부를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 못 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13000명 전공의 가운데 당시 8000명 넘게 병원을 이탈해 의료대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가출 못 할 아내”라고 비유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 위원장은 26일 MBC 라디오에서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실제로 의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로 가는 의사 (자격시험) 사이트들이 지금 폭주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은 안 벌어져야 되겠죠”라고 했다.
의협은 오는 3월 3일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신고 인원은 2만 명으로 알려졌다.
다만 즉각 총파업, 집단 휴진 등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