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日 수출규제 재발 가능성 있어.. 장기적 위험 대비 분명히 해야”

by박철근 기자
2019.07.18 09:00:00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서 밝혀
정부·정치권 합심해 기업의 대체품 개발 지원 필요
규제 개선 노력 있지만 체감도 낮아…“어렵고 힘든 것 고쳐야 체감할 것”
노동시간 단축 잡음, 최저임금 보완과정 ‘타산지석’ 삼아야

[제주=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제주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4회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재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위험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이번처럼 외교적 이슈를 경제수단으로 대응하는 사례는 할 수 있다”며 “장기적 위험에 대한 대비를 이번에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제주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행사장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지금은 최선을 다해서 대통령이 대처하도록 도와야 할 때”라며 “기업은 각 사가 처한 입장에서 대처를 하는 것이 국가에서 부담을 덜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위기감이 커지는 반도체 업종의 경우 일본 기업의 여러가지 우수성 때문에 대일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기업은 공급처를 결정할 때 기술적 우월성과 품질·공급의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고려한다”며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때 일본 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머지 장점들에 대한 점수가 달라질 것”이라며 “공급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투자금이 더 들어가더라도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여러가지 옵션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대체품을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리면 되겠느냐”며 “정부나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업들과 뜻을 모으고 의논하면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소재기술을 개발하고 공급선 다변화 시도를 하는 것이 어려워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100%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면서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여태까지 인접국가에서 조달했고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기업을 도와주고 기업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의 소재·부품 개발 노력에 대해서는 “돈만 투자한다고 소재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사들의 의지가 있어야 소재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과거와 지금은 굉장히 다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전망에 대해 박 회장은 “얼마나 장기화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면서도 “기업들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는 분명이 있어보인다”며 사실상 장기전을 전망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박 회장은 “지난 6년간 규제개혁을 줄곧 주장하면서 이제 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공유하는 것 같다”면 “규제샌드박스가 아직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를 통해 해결한 일도 많다. 이런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서 실증적 경험을 보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도 규제개혁은 멀었다는 게 박 회장의 평가다.

그는 “정부는 규제개선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변화는 많지 않다고 한다”며 “규제개혁은 필연적으로 개혁의 고통이 따른다. 규제개혁에 따른 수혜자도 생기고 피해자도 생기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있기 마련이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이런 반응이 없으니 체감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없애도 그만인 것을 없애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라며 “힘들고 어려운 것을 정말 고쳐야 진정한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결정한 2020년도 최저임금(시간당 8590원)에 대해서는 “인상율이 좀 더 낮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바꾸기보다는 현재 결정방식을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박 회장은 “최저임금에 따른 사회갈등을 보면서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보완책을 좀 더 빠르게 준하고 사전에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