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정크본드` 추락, M&A 촉매되나

by김현동 기자
2005.05.06 11:51:09

커코리안 `공격적 M&A` 스타일..구조조정 압박 가능성
위기의 GM, 구조조정 등 자구책 내놓을 듯

[edaily 김현동기자] 경영난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 GM이 인수합병(M&A)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90년대 크라이슬러를 노렸다 실패한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안이 GM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한지 하룻만에 공교롭게도 GM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다. 노회한 커코리안이 GM의 등급하향 가능성까지 감안, 앞으로 M&A 시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 등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GM이 자산매각 등의 자구책과 함께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커코리안의 투자 방식을 감안할 때 이번 등급하향으로 M&A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커코리안, 제 2의 게코 지난 4일 커코리안이 GM에 대해 공개매수를 선언하자 GM 주식은 18.1% 급등했다.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커코리안의 M&A 스타일이 자리잡고 있다. 커코리안은 1990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매집, 경영권을 노린 인물이다. 때문에 그가 이번에도 GM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커코리안측 대변인은 이번 GM투자의 목적에 대해 `수동적인` 투자로 이사회 변경 등 경영권 장악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거 커코리안이 크라이슬러 주식 매입 뒤 경영권을 요구했던 전력이 있어 그 말을 액면대로 믿기는 힘들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커코리안이 GM에 대해 게코 스타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든 게코는 영화속 인물로 월스트리트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수익만을 좆는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87년 개봉한 `월스트리트`에서 고참 브로커로 등장하는 게코는 상대가 잃어야 내가 딴다는 냉엄한 법칙을 "탐욕은 선"이라는 대사로 표현했다. 업계 관측통들은 크라이슬러 지분 매입당시 커코리언이 배당금 증액을 위해 자산 매각 등의 방안을 요구한 전력을 들어, 이번에도 금융자회사 일부를 매각하거나 전부를 팔아치우는 자구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하고 있다. 또 6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자산에 대한 처리방향에 대해서도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GM의 현재 상황은 최악이다. 올 1분기에 11억 달러의 손실을 냈고 주가는 13년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판매실적도 전년 동기에 비해 7.4% 줄었다. ◇`정크본드` 추락은 오히려 기회? 이같은 관점에서 GM의 투기등급 추락은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실 GM 채권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투자의 마술사`라는 커코리안이 공개매수를 선언하는데는 이 정도 상황을 미리 감안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커코리안은 오히려 신용등급 강등이 GM 투자에 있어 기회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금융 자회사 매각이나 헬스케어 비용, 공장설비 축소 등 구조조정에 있어서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GM은 차량 한대를 생산할 때마다 종업원과 퇴직자 및 그 가족에게 의료보험과 연금혜택 등으로 1600달러를 지출하는 `유산 비용(legacy cost)`을 떠안고 있다. GM은 과거 미국자동차노조연맹(UAW)와의 합의를 통해 경영실적과 관계없이 공장설비 폐쇄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해 최소한 80%의 설비를 가동하기로 했었다. JP모건의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인 히만슈 파텔은 "커코리안의 투자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릭 왜고너가 구조조정에 대해 강경노선을 취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비즈니스위크(BW)는 "GM이 5년내에 회사 규모와 브랜드 숫자를 줄이고, `유산 비용`을 축소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왜고너가 밝힌 `신규 브랜드 출시를 통한 판매 회복`과는 달리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