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탄소배출 늘어난 게 탈원전 탓일까[팩트체크]

by김형욱 기자
2022.04.17 14:55:12

인수위, 현 정부 탈원전정책 폐기 당위성 근거로 제시
"탄소배출 급감 후 작년 증가"…경기 따른 결과물일뿐
"정비일수 늘려 원전 가동률 낮춰"…합리적 의심 수준
"탈원전 탓에 한전 13조 부담"…맞지만 일부 과장요소
환경단체·여당 즉각 반발…또다시 `정쟁 도구화` 우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작년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4% 이상 늘었고, 올해도 늘어날 예정입니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지난 12일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담은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 5대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하되 그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원전)을 추가하겠다며 제시한 근거다.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 5대 정책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이 과정에서 3.5페이지에 이르는 자료 중 2페이지에 걸쳐 현 정부를 비판했다. 자칫 정당과 정권의 영역을 넘어선 전 지구적 해결 과제인 기후·에너지 문제가 또다시 정쟁의 도구가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앞선 5년도 그랬다. 앞으로 최소 2년은 여소야대 국면이다. 실제 인수위의 발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에너지전환포럼 등 환경단체의 비판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인수위 내에서도 걱정이 나왔다.

김상협 인수위 기획위원회 상임기획위원(기후·에너지팀장)은 이날 발표 직후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어받는다는 것”이라며 “정치 마찰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데일리는 이에 인수위의 주장의 핵심 근거에 대해서 팩트체크했다. 사실로 볼 수 있는 주장도 다수 있었으나 일부 근거는 거짓이거나 과장의 요소를 담고 있었다. 에너지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정치쟁점화한다면 인수위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거짓에 가깝다.

인수위는 지난해(2021년) 우리 탄소배출량은 6억7600만t으로 전년보다 4.16% 늘었다고 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가동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탄소배출이 늘며 국제적 약속을 못 지켰다고 했다.

(표=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의도했든 안 했듯 이 주장엔 큰 오류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란 초대형 이슈를 배제했다. 지난해 탄소배출량 증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탄소배출량은 줄곧 GDP 증감과 연동했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0.9% 줄며 22년 만에 역성장했다. 코로나 충격이다. 2020년 탄소배출량 역시 6억4869만톤(t)으로 7.3% 줄었다. 2021년엔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했다. GDP는 지난해 4.0% 늘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탄소배출량도 4.16% 늘었다. 에너지소비량 추이도 GDP, 탄소배출량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2021년은 아직 집계 전이지만 전년대비 증가가 유력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에너지 소비량, 탄소배출 증감률의 최근 6년 추이. 현 시점에선 탄소배출량은 탄소저감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별개로 경기와 그에 따른 에너지소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수치=한국은행·에너지경제연구원·환경부)


인수위는 탈원전과 탄소배출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고자 ‘원전 이용률’ 개념을 들었다. 연도-정권별로 그 증감을 비교했다. 그러나 꼭 들어맞지 않는다. 최근 5년(2017~2021년) 원전 이용률은 71.5%로 직전 5년 평균(81.6%)보다 줄었으나 이 기간 탄소배출량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원전이용률이 꾸준히 줄어든 2015~2018년엔 오히려 탄소배출이 늘며 2018년 최대치를 찍었고, 원전이용률이 상승 전환한 2019년 이후엔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탄소배출량 중 전환(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이하 2018년 기준)다. 원전은 그중에서도 20~30%다. 국내 24기 원전 가동을 다 멈추더라도 그 영향은 전체 탄소배출의 10분의 1 수준이며, 실제 단기 변화는 훨씬 적은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탄소배출량 증감은 각 산업과 자동차, 건물 등 다른 변수가 너무 많다. 전력 중에서도 석탄화력발전 비중 차이 역시 큰 영향을 끼친다.

인수위가 ‘탈원전=탄소증가’를 주장하려면 단기 수치제시가 아니라 장기 전망을 제시했어야 했다. 60년에 걸쳐 원전 발전량을 0으로 만드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을 입증할 전망치를 근거로 삼아야 했다.

사실로 볼 여지가 있다. 논쟁적 요소는 있지만 합리적 의심은 가능하다.

인수위가 문제를 제기한 대로 최근 5년 정비일수는 직전 5년보다 크게 늘었다. 누적 8447일(2012~2016년)에서 1만2298일(2017~2021년)이 됐다. 자연스레 원전의 평균 이용률도 81.6%에서 71.5%로 떨어졌다. 특별한 변수가 없었는데 특정 기간의 정비기간이 큰 폭 늘어난 건 해석의 여지가 있다.

(표=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근 5년 간 끊임없이 이어진 논쟁이다. 야당과 원자력계는 정부가 의도를 갖고 원전 가동률을 낮추려 정비 기간을 늘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전 가동률을 낮춰 원전 경제성을 저평가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그때마다 의혹을 부인해 왔다. 모든 원전은 1년 반마다 계획예방정비를 받게 돼 있고 그에 따른 절차를 밟았고 일부 원전에서 결함 혹은 부실점검을 확인해 검증 절차를 밟으며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위원 구성에 따라 결과 값은 달라질 수 있다. 위원들의 출신·성향은 1997년 발족 이후 늘 논쟁이었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은 원자력 전문가의 참여가 늘면 이들을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간주하고 제대로 규제할 수 없으리라 비판했다. 반대편에선 원자력 비전문가의 참여가 늘면 규제 전문성이 떨어져 역시 제대로 규제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연도별 원자력발전소 이용률 추이.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 65.9%까지 내렸으나 이후 다시 오르는 추세다. (수치=한국수력원자력)


다만, 2018년을 기점으로 원전 발전량과 비중, 이용률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용률은 2017년 71.2%에서 2018년 65.9%로 큰 폭 내렸으나 2019년 70.6%, 2020년 75.3%, 2021년 74.5%로 우상향했다. 이에 따라 2017년 26.8%이던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도 2018년 23.4%까지 내렸다가 2019년 25.9%, 2020년 29.0%, 2021년 27.4%로 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2016년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계속운전 기간이 남았던 월성 1호기를 3년 앞서 영구정지한 것, 2017~2018년 상업운전 예정이던 신한울 1·2호기가 아직 가동하지 못한 것은 좀 더 직접적인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특히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은 정치적 논쟁을 넘어 현재 법정에서 절차의 적절성 여부를 다투고 있다.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으나 과장 요소가 섞여 있다.

인수위는 최근 5년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전력구입 부담이 13조원 늘었다고 했다. 가격이 싼 원전 발전량 감소로 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을 늘렸다는 게 그 근거다. 원전 이용률 감소로 8조1000억원,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1조5000억원, 신한울 1·2호기 준공 5년 지연 3조4000억원이 더 들었다는 것이다.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 발전 비중 추이. (수치=한국전력)


원전을 배제한 에너지 전환에는 실제로 큰돈이 든다. 고유가 속 올 3월 전력거래소 에너지원별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1킬로와트시(㎾h)당 59.3원으로 타 에너지원보다 크게 낮다. 그다음으로 싼 유연탄(석탄)의 149.7원의 약 40%다. 태양광(193.8원)과 풍력(161.2원), LNG(218.3원)는 원전보다 3배가량 비싸다.

고유가 때문에 원전과 타 에너지원의 차이가 벌어지기는 했으나 원전이 싼 건 저유가 때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시세가 현재의 절반이던 2018년에도 원자력 62.10원, 유연탄 81.81원, LNG 121.03원 순이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기준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국제유가와 연동한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발전은 실제 화석연료를 쓰는 건 아니지만 SMP를 반영하므로 역시 국제유가 영향을 받는다.

원전 발전 비율이 줄어든 만큼 한전의 전력 구입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전력거래소 2022년 3월 전력시장 운영실적 중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 월별 추이. 올 2월 역대 최대인 1킬로와트시(㎾h)당 197.32원을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역대 두 번째인 192.75원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표=전력거래소)


다만 13조원이란 숫자는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인수위는 월성1호기를 3년 빨리 중지한 데 따른 비용 산정 기준을 원전 평균 이용률(65.9~74.5%)로 계산했으나 노후 원전인 월성1호기의 중지 전 평균 가동률은 60%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한전 실적의 최대 변동 요인은 국제유가다. 지난 2015~2016년 10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조9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최대 20조원의 적자 전망이 나오는 것도 유가 급등 때문이다. 한전의 부채가 2016년 49조9000억원에서 2021년 68조5000억원으로 18조6000억원 늘어난 핵심 요인은 고유가라는 것이다.

원전 가동률이 늘었다면 그만큼 유가 변동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전 부채 증가액의 70%가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은 핵심 요인인 고유가 영향이 나머지 30%밖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가 돼 버린다.

인수위의 주장 중 불필요한 사족도 있었다. 인수위는 2016년 12조원이란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2021년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비교하며 현 정부가 마치 17조9000억원의 영업익 악화를 초래했다고 했다. 특정 연도의 영업익을 유가라는 최대 변수를 배제한 채 비교한 결과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특히 원전을 배제한 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0%까지 늘리는 현 계획을 이행하려면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전기요금 월 4만7000원을 내는 가구가 13년 후인 2035년엔 월 7만8000~10만원을 내야 하고 2050년엔 다섯 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중 영구처분시설 예시. 핀란드 심층처분에 활용하는 다중방벽시스템이다. (사진=산업부)


탄소중립을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 견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고, 요금 인상을 포함한 탄소저감 유인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를 넘어설 만큼 성공적인 탈원전 에너지 전환 국가로 꼽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기요금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하다. 가정용 전기요금 기준으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세 배다.

다만, 원전 비중을 유지·확대하는 게 전기요금을 얼마만큼 억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원자력 비중이 전체 발전의 3분의2를 웃도는 프랑스 전기요금 역시 우리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 비싼 것은 물론 추가 인상 압력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인수위 역시 이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에너지 및 정책 전문가, 국민이 적극 참여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환경단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궁극적으론 원전 이상의 효율을 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그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 원전 역시 장기적으론 기술적 발전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마련 등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방폐장 부지 선정은커녕 실증 장소도 확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