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점진적 인상에 방점…10월 기준금리 0.75%로 동결(상보)

by이윤화 기자
2021.10.12 09:48:25

한국은행 기준금리 0.75%로 동결 결정…정책 효과 점검
2차접종률 기준 70% 넘길 11월 추가 인상도 늦지 않아
금융불균형 완화, 물가 잡기 위해 다음 달엔 인상 전망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은 앞서 채권시장 전문가들 90%가 10월 동결을 예상한 것과 일치한다.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세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채권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앞서 8월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해보는 기간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산재한 위험요인들의 변수들을 좀 더 분석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발표가 11월 초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월이 아닌 11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점진적 인상’ 공언한대로 10월 동결…11월 인상 가능성 커졌다

한은은 12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금리 결정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다. 지난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명이 금리 동결을, 1명만이 금리 인상을 전망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30일 채권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했다. 금투협 조사 응답자 100명 중 87명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해 10명 중 9명이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 배경에는 11월 인상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약 2년 9개월만에 0.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일관되게 강조한 메시지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면서 점진적 인상을 해나가겠다는 점이었다. 8월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한데 이어 이주열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점진적’이란 표현에 대해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린 것은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7월(4.75%)과 8월(5.0%)을 제외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얼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금통위의 질서 있는 정상화를 표방한다면 10월이 아닌 11월 인상한 뒤 올해 말 기준금리는 1.00%, 내년 1.25%까지 인상하는 것이 적정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마이너스 국면의 실질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동시에 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력을 적절히 통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상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는데, 채권시장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의 ‘점진적 인상’ 시점은 11월에 좀 더 가깝다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방역체계 변화, 백신 2차 접종률 70% 상회 시점이인 11월이 보다 적합해 보이며 추가 인상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11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리면 회복되고 있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는데다가, 한은이 당초 계획한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한 긴축 신호를 시장에 잘못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10월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만일 예상과 달리 10월 인상이 단행됐다면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위험과 내년 하반기 인상까지 기준금리 1.50% 정상화해야 하는 부담을 감안해야 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11월 인상 가능성 더 확실해져”…금융불안정 완화하고 물가 상승세 잡아야

10월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금융불균형 완화로 기울었다는 점과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환율 상승, 미 연준의 긴축 분위기 등을 생각하면 1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빚투’, ‘영끌’을 위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탓이다.

지난 9월말 기준 주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702조8878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88% 늘었다. 제2금융권 신용대출 잔액도 지난 6월 기준 139조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등 자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의 규모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은이 지난 8일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가 보유한 주식 잔액은 1031조9000억원(국내주식 968조3000억원, 해외주식 63조6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있고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올해 기준금리 결정 회의 마지막 달인 11월이 아니라면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너무 멀어진다는 점도 통화정책 운용 고려 사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 10월 동결 이후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선을 한두달 앞둔 내년 1분기 금통위 회의가 있는 1월 또는 2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12월 19일 선거일을 앞두고 넉 달 전인 8월 0.25% 인상한 것 이외에는 비슷한 상황을 찾기 어렵다.

또한 장중 고점 기준으로 1200원 이상 오른 원·달러 환율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는 점도 연말 이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장중 1195.00원까지 오른데 이어 이날 1200.40원까지 추가 상승하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도 한은이 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지난 9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중 최고치(2.6%)인 지난 7월과 8월보다는 소폭 내렸으나, 지난 4월(2.3%) 이후 반년째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한은의 물가목표치인 2%대를 웃돌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달성한 것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11월 인상 이후 내년 하반기 중으로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