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온라인마케팅 천재’ 토니 셰이, 화재 후유증으로 사망

by방성훈 기자
2020.11.29 15:12:10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 일군 토니 셰이 46세 별세
화재 후유증 외 구체적 사인 등은 알려지지 않아
닷컴 버블서 회사 구해내 아마존에 매각 '신화'
특유 경영철학으로 고객 사로잡아…경영학 단골 성공사례

토니 셰이 자포스(Zappos) 전(前) 최고경영자(CEO).(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온라인 신발·의류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전(前) 최고경영자(CEO) 토니 셰이(46)가 27일(현지시간) 화재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닷컴 버블 위기에서 회사를 구하고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매출 1조원을 일궈낸 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회사를 매각한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이후 그에겐 ‘마케팅의 귀재·천재’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프로젝트’ 대변인을 인용해 셰이 전 CEO가 지난 18일 코네티컷주 뉴런던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 후유증에 시달리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셰이 전 CEO가 생전 추진하던 라스베이거스 도심 재생사업이다. 화재 발생 당시 셰이 전 CEO는 가족을 방문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화재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확히 어디였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 출신 이민자 밑에서 태어나 자란 셰이 전 CEO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쇼핑몰 자포스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당시 회사 경영을 맡아 위기에서 구해냈으며, 이후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대규모 쇼핑몰로 재탄생시켰다. 2000년 160만달러(한화 약 17억 7000만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을 9년 만인 2009년에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셰이 전 CEO는 신발 무료 배송·반송 서비스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소비자들이 한 번에 신발 6켤레를 주문할 수 있도록 했고, 집에서 직접 신어보고 마음에 드는 신발만 사고 나머지는 무료로 반품할 수 있게 됐다. 또 콜센터 직원들이 고객들을 오랜 친구처럼 응대토록 했다.



당시만 해도 혁신적 마케팅이었다. 덕분에 자포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제안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셰이 전 CEO는 ‘마케팅의 천재’라는 평을 받았고, 자포스는 경영학계에서 ‘고객 충성도가 높은 온라인 쇼핑몰’의 단골 모범·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자포스는 2009년 9월 아마존에 의해 12억달러(약 1조 3000억원)에 인수됐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당시 셰이 전 CEO의 특별한 경영 스타일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 때문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그가 자포스를 계속 독립 사업체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셰이 전 CEO는 올해 8월까지 회사 이끌다가 21년 만에 CEO에서 물러났다.

셰이 전 CEO의 사업 수완은 자포스 이전 사업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대 초반 온라인 광고회사를 공동 창업했고, 1998년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2억 6500만달러에 매각했다. 자포스에 투자한 것은 이듬해인 1999년이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도 만족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철학을 담은 저서 ‘딜리버링 해피니스’는 2010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