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2분 만에 경기 운명 좌우한 손흥민의 발끝

by이석무 기자
2014.08.28 13:46:58

독일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2)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뜨리며 레버쿠젠의 32강 본선 진출을 견인했다.

손흥민은 28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코펜하겐(덴마크)과의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시작 2분 만에 결승골을 성공해 레버쿠젠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20일 원정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 그것도 모두 결승골이다. 손흥민의 활약 덕분에 1차전 3-2 승리에 이어 2차전도 크게 이긴 레버쿠젠은 1, 2차전 합계 스코어 7-2로 여유 있게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시작 휘슬이 울리고 손흥민의 영웅이 되는데는 2분이면 충분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의 패스를 가로챈 뒤 팀 동료 슈테판 키슬링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레버쿠젠은 전반 7분 하탄 찰하노글루의 추가골과 전반 31분 키슬링의 연속골을 더해 4골 차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올 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도 1골을 넣는 등 올 시즌 출전한 4경기에서 3골을 넣는 엄청난 골 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속골을 터뜨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비록 본선이 아닌 플레이오프이기는 하지만 손흥민에게 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다. 그가 지금 레버쿠젠에서 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부르크 시절 여러 명문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레버쿠젠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손흥민에게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에 생애 처음으로 출전했지만 6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도움 2개가 공격포인트의 전부였다. 독일 무대는 완벽히 적응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유럽 각국의 다양한 축구스타일을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대회 초반부터 연속골을 터뜨리며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32강 본선에서도 지금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레버쿠젠 구단 입장에서도 손흥민의 활약이 더할 나위없이 반갑다. 레버쿠젠의 루디 펠러 단장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에게는 전반기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했다.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손흥민은 잇따라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왜 레버쿠젠이 손흥민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보낼 수 없었는지 이날 경기가 잘 보여줬다.

로저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은 경기 후 “이른 시간에 득점을 기록했다. 빠르게 1-0 상황을 만들면 이후 경기는 대단히 편해진다. 이런 상황을 우리 선수들은 레버쿠젠의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슈탈레 솔바켄 코펜하겐 감독은 “6분 만에 두 골을 허용했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 초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두 감독의 말을 종합해보면 결국 승부는 손흥민의 초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이미 결정된 셈이었다. 손흥민의 존재감이 어느때보다 돋보인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