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드리우고 가을을 낚는다…충남 예산 예당호

by조선일보 기자
2008.09.25 11:28:00

1년 52주 당일치기 여행

[조선일보 제공] 물에도 가을빛이 든다. 수면이 한층 맑아지고 하늘빛을 닮아 더 파래진다. 낙엽 몇 장이 동동 떠다니는 호수 위로 아침엔 안개가 짙다. 바다처럼 드넓은 충남 예산 예당호로 가을 낚시 여행을 떠나자. 사실 낚시는 핑계일 뿐이다. 느긋하게 낚싯대 드리우며 책도 읽고 빨간 사과, 누런 벼 익는 냄새 킁킁 맡으며 가을을 낚아보려는 게 목적이다.

▲ 물에도 가을빛이 든다. 수면이 한층 맑아지고 하늘빛을 닮아 더 파래진다. 낙엽 몇 장이 동동 떠다니는 호수 위로 아침엔 안개가 짙다. 바다처럼 드넓은 충남 예산 예당호로 가을 낚시 여행을 떠나자. 사실 낚시는 핑계일 뿐이다. 느긋하게 낚싯대 드리우며 책도 읽고 빨간 사과, 누런 벼 익는 냄새 킁킁 맡으며 가을을 낚아보려는 게 목적이다./조선일보 제공

예당호의 가을 안개를 보려면 늦어도 오전 9시까지는 도착하는 게 좋다. 안개 덮인 호수 저 너머 아련한 산자락이며 물 위에 떠있는 좌대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전문적인 '꾼'이 아니라 여행의 일부로 낚시를 즐기는데 장소가 무슨 상관이랴마는 수상좌대에 오르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수상좌대란 물 위에 작은 집처럼 띄워놓고 낚시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둔 시설이다.

낚시 초보자들에게는 낚시 관련 도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와 놀거리다. 아이와 함께라면 전자게임기보다는 '젠가' 같이 여럿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류와 책, 스케치북을 가져가는 게 좋다. 보트를 태워준 좌대 주인장이 떡밥 개는 법, 낚싯줄 던지는 법 등을 가르쳐준다. "주중이라면 낚시법까지 알려줄 텐데 주말이라 바쁘다"며 미안한 얼굴로 돌아선다.

일러준 대로 떡밥을 개고 지렁이를 꽂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나니 그제야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너른 호수에 드문드문 좌대들이 떠있고, 빈 좌대엔 학들이 여러 마리 다리를 쉬고 있다. 더없이 평화로운 경치에 번잡했던 마음이 수면처럼 잔잔해진다. 좌대에서 라면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수상좌대 하루 사용료는 평일·일요일 5만원, 토요일 6만원. 정오부터 다음날 정오까지를 '하루'로 친다. 호수 주변 낚시가게에서 낚싯대, 줄, 찌, 추, 바늘, 미끼 등 낚시도구 일체를 세트당 5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용도 가능하다. 9월 26~28일 예당호 조각공원과 의좋은 형제공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산 옛이야기축제' 행사장에 들러 봐도 좋겠다. 예당호는 서로의 집에 볏단을 몰래 갖다 줬다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실제 배경이기도 하다.




백제 고찰 수덕사(修德寺)는 후덕하면서도 푸근한 어머니의 인상이다.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건축기법인 배흘림기둥과 기둥 위에 포를 올린 주심포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청소년 1500원·어린이 1000원.




수덕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리나라 고건축(古建築)들을 축소시켜 한자리에 모아 놓은 한국고건축박물관이 있다. 무형문화재 전흥수 대목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공간. 입장료 어른 3000원·청소년 2500원·어린이 1500원. 오전 8시~오후 5시30분, 월요일 휴관.




호수 주변 식당에선 직접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주기도 하는데 공기밥과 밑반찬 등을 포함해 4인 가족 2만원 정도 받는다. 조각공원 주변에 줄포회관(041-333-9000), 돌고래회관(041-332-2540) 등 매운탕을 얼큰하게 끓여내는 맛집이 있다. 붕어찜(한 마리 1만원 정도)과 새우매운탕(중 3만5000원, 대 4만원 정도)이 맛나다.




자가용으로: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나들목으로 나간 뒤 45번 국도를 타고 덕산 방향으로 간다. 덕산읍을 지나 삽교읍에서 예당저수지 방면으로 619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예당호에 이른다. 경부고속도로로 갈 경우 천안 나들목에서 21번 국도를 타면 예산읍에 이른다. 읍내에서 3번 지방도를 따라 4㎞ 정도 남하하면 예당 관광지다.

대중교통으로: 남부터미널에서 예산행 버스 탑승(약 2시간 소요). 요금 6700원. 용산역에서 장항선 열차를 타고 예산역에 내려서 예산터미널에서 예당저수지(후사리)행 시내버스를 이용 30분 정도 걸린다. 하루 7회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