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로 불러라"…中 네티즌 '음력 설' 표기에 댓글폭탄

by박종화 기자
2023.01.25 09:43:57

英박물관 이어 디즈니랜드에도 항의 댓글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중국 설' 표기 거부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 네티즌들이 ‘음력설’(Lunar New Year)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할 것을 강요하며 여러 기관에 댓글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음력 설을 축하하는 디즈니랜드 리조트 트윗.(출처=트위터 캡처)
디즈니랜드 리조트는 12일 설 행사를 예고하는 트윗을 올리며 음력설이란 표현을 썼다. 이 트윗엔 25일 기준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중국 설로 표현을 정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한 중국계 네티즌은 “춘절은 중국 전통문화인 데 여기에 영향을 받은 한국·베트남이 이를 왜곡하고 주객(主客)을 전도해선 안 된다”고 썼다.

이런 압력은 디즈니랜드 리조트만 받은 게 아니다. 영국박물관은 20일(현지시간)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란 제목으로 설 기념 한국 문화 공연을 했다가 중국 네티즌에게 악플 세례를 받았다. 박물관은 이틀 뒤 토끼를 든 청나라 여성 그림을 SNS에 올리며 중국 설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항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일어났다.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설을 앞두고 ‘아시아에서 음력설을 기념하는 방법’이란 포스터를 캠퍼스에 붙였는데 누군가 포스터 제목의 음력설에 줄을 긋고 중국 설로 써 놓았다. 한 중국 학생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난양공대는 춘절을 다른 나라에 넘겨 버렸다”고 항의했다. 이런 항의에 난양공대는 현지 온라인 매체 스텀프에 “다양성과 포용성의 정신에 따라 우리의 연례행사에서 ‘음력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좡자잉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SNS가 부추기는 민족주의가 극심하다고 생각한다”며 “전통과 역사, 민족주의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사회·문화적 상징을 원하는 사람들의 신념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