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공매도…과열종목制에도 곳곳 `잡음`

by박형수 기자
2017.06.25 12:15:05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시행…4개 상장사 지정
유상증자 이용한 공매도 여전…증자 참여 제한 법은 국회 계류
근본적인 대책 필요…공매도 하루 정지·증자 참여 제한으론 한계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금융당국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과 거래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공매도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났지만 공매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의심사례가 심심찮게 터지는데다 유상증자를 타깃으로 한 공매도 베팅도 계속되고 있다.

◇증자부담에 주가 하락…기관은 공매도로 수익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1일 선박 기자재업체 엔케이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22일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 3월27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도입한 이후 네 번째 과열종목 지정이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 엔케이 주가는 연일 약세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12일 증자를 결의한 후로 한 달여 동안 주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증자로 발행 주식 수가 늘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진 데다 조달 자금 가운데 70% 이상을 전환사채(CB) 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소식이 주가 하락 원인이었다.

특히 오는 30일 최종 발행가를 확정하게 되는 엔케이의 1차 신주 발행가는 1045원으로 현재 주가 1355원에 비해 23%나 할인됐다. 이를 계기로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일부 투자자는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공매도에 나섰다. 지난 21일 전체 거래량 가운데 공매도 거래비중은 21%에 달했다. 20만주가 넘는 물량이 공매도로 쏟아졌다. 직전 40거래일 평균 공매도 거래 비중과 거래규모는 각각 2.2%, 8700주에 불과했다. 평소 대비 공매도가 급증한 21일 엔케이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엔케이뿐 아니라 최근 증자를 마무리 한 오르비텍도 공매도가 몰렸다. 오르비텍은 기준주가에 할인율 20%를 적용해 발행가를 결정했다. 발행가 확정을 앞두고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공매도가 집중됐다. 평소 공매도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했지만 지난 7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20%까지 치솟았다.

공매도 주체를 가늠해볼 대차 현황을 살펴보면 엔케이와 오르비텍은 모두 국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각각 55%, 45% 비중을 보였다. 해당 상장사 주식을 빌린 개인은 없었다.

공매도 투자자는 증자를 진행 중인 상장사에 대해 공매도 거래로 신주 발행 가격을 떨어뜨린 뒤 증자에 참여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은 공매도 투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주로 기관이나 외국인이 수익을 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투자자가 증자에 참여해 과도한 무위험 차익을 얻는 것을 제한하겠다며 유상증자 공시 이후에 발행 가격이 결정되는 날까지 공매도 한 투자자는 증자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엔씨, 공매도 급증…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도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엔씨소프트 주가가 11.4% 급락했다. 표면 상으로는 엔씨소프트가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거래소 기능을 빼고 ‘리니지M’을 12세 이용가로 출시한다는 소식이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나 증시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리니지M이 장기간 흥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20일 공매도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대됐다. 한미약품 사태와 유사하다며 조사해 달라는 민원이 몰렸고 금융위원회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엔씨소프트 공매도 물량은 19만6256주에 달했다. 지난 2003년 엔씨소프트가 상장한 이래로 최대 공매도였다.

공매도 투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주가가 장 마감을 1시간가량 앞두고 하락했다는 점에서 기관의 공매도 투자가 헤지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한미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미공개 정보를 거래에 이용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 당시 공매도 세력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감독 당국이 공매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하루 동안 공매도를 제한하거나 공매도 투자자가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방안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증자 참여를 막아도 공매도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주를 받지 못한다 해도 주주배정 유상증자 특성상 신주가 상장할 때쯤 증자 결정 전보다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할인율을 높게 적용하면 주주가치 희석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주 상장 당일에는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주를 받지 못한다 해도 신주 물량이 시장이 풀릴 때 장내에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평등을 줄이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도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 매도를 통한 손실 회피와 같은 소극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공매도 투자로 수익을 올릴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