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2가지 고민과 1가지 위안거리

by박종민 기자
2014.11.19 15:46:08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8일(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서 0-1로 분패했다. 지난 14일 요르단과 경기서 1-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이로써 중동 2연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총 4차례의 A매치가 끝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발 시험을 거듭한 끝에 2승 2패라는 성적을 냈다. 내년 1월 호주 AFC 아시안컵 출전 명단은 다음 달 30일 최종 발표된다.

△ 지난 14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 킹압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요르단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이 드리블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이란전 패배를 두고는 잡음이 많다. 이날 경기 후반 37분 자바드 네쿠남의 프리킥은 왼쪽 골포스트에 이어 오른쪽 골포스트에 맞고 골키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을 향했다. 김진현이 손으로 공을 움켜잡을 때쯤 사르다르 아즈문은 문전에 쇄도하던 스피드를 이용해 김진현을 밀치고 골을 넣었다.

골키퍼 차징 논란이 일었지만, 현장에 있던 주심은 이란의 득점을 인정했다. 경기 후 한국의 슈틸리케 감독과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은 ‘오심’과 ‘깨끗한 골’이라는 표현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경기가 끝난 지 15시간이 넘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오심 논란이 한창이다.

물론 아쉽긴 하다. 그러나 이란전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다. 꼼꼼한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만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원정 1, 2차전 원톱으로 박주영과 이근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활동량 자체는 좋았으나 두 선수는 단 1개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박주영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했다. 사우디아라비아리그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브라질 월드컵 이후 한풀 꺾인 기세가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미비한 존재감으로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원톱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경기서 나온 4골 가운데 3골은 한교원(24·전북 현대), 남태희(23·레크위야) 등 2선 공격수로부터 나왔다. 위력적인 원톱이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은 부상 중이어서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골 결정력을 갖춘 확실한 원톱의 존재가 대표팀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축구 평가전에서 한국 박주호(가운데)가 돌파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최후방 중앙 수비도 슈틸리케호의 고민거리다. 지난 4차례 평가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포백라인을 구성한 바 있다. 박주호(27·마인츠),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차두리(24·FC 서울), 곽태휘(33·알 힐랄), 김기희(25·전북 현대), 김주영(26·FC 서울), 장현수(23·광저우) 등 선수들의 조합을 달리하면서 실험을 계속했다.

박주호와 곽태휘, 차두리 등은 대체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김영권과 홍정호 등은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장현수는 김영권이나 홍정호보다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수비수를 놓치는 경우가 드물었고 볼 처리도 경험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골키퍼를 도와 최후방을 맡을 수비수 라인도 명확한 윤곽을 그릴 필요가 있다.

△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축구 평가전에서 손흥민(오른쪽)이 골 찬스를 놓치자 이청용이 위로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손흥민(22·레버쿠젠)과 기성용(25·스완지시티), 이청용(26·볼턴)의 무게감은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이들 역삼각형 편대는 이란전에서도 클래스를 과시했다. 좌·우 미드필더(MF) 손흥민, 이청용은 경기 초반부터 이란 수비진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원톱보다 위협적이었던 손흥민의 슈팅, 이청용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은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기성용은 중원에 안정감을 실었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쉴새없이 상대 공격 진영을 파고들었고 기성용은 경기 템포를 조율하면서 빈공간을 향해 이따금씩 정교한 패스를 건넸다. 이란전에서 그의 중원 장악력은 역시나 돋보였다.

A매치 4경기를 통해 슈틸리케호의 명과 암은 확실히 드러났다. 중원과 좌우 날개가 강한 반면 최전방과 최후방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은 기간 약점으로 지적된 자리에 배치될 적임자를 선별해야 한다. 슈틸리케호의 실험은 끝났다. 슈틸리케 감독이 낙점한 최정예 베스트11은 누가 될지 촉각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