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 ‘우편 접근금지’ 조항 없는 보호명령 합헌

by박정수 기자
2023.02.28 09:24:46

재판관 합헌 4대 위헌 5…심판정족수 6명 못 채워
“전기통신과 달라…신속한 조치 필요성 등 측면서 차이”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피해자 보호명령에 ‘우편 접근금지’ 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재는 가정폭력처벌법 55조의2 1항 피해자보호명령에 편지와 소포 등 우편을 통한 침해는 막지 않아 입법적 결함이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심리한 뒤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합헌,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위헌·헌법불합치 정족수인 재판관 6명 이상에는 미치지 못해 합헌이 됐다.

A씨는 아버지 B씨로부터 가정폭력범죄를 당하고 있다며 2017년 9월 서울가정법원에 ‘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접근금지,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 등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려줄 것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8년 8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B씨에게 ‘6개월간 A씨의 주거 및 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및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유·무선, 광선 및 기타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 문언, 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 것을 명한다’는 내용의 명령을 했다. 다만 A씨가 청구했던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는 빠졌다.

가정폭력처벌법 55조의2 1항은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자인 가정폭력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친권행사의 제한 △가정폭력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면접교섭권행사의 제한 등으로 피해자 보호 명령 종류를 한정하고 있다.

합헌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선애·이은애·문형배 재판관은 “전기통신 이용 접근행위와 우편 이용 접근행위는 피해의 긴급성·광범성·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입법자가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피해자 보호 명령의 종류로 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헌성이 있다는 의견을 낸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전기통신 이용 접근과 비교할 때 우편 이용 접근이 피해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해당 조항이 우편 이용 접근금지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