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트럼프-바이든 '15분 전화회담'…왜 이뤄졌나

by이준기 기자
2020.04.07 08:45:03

트럼프 "우호적 대화" 바이든 "제안 공유"
오늘 트위터 '설전' 후 전격적으로 이뤄져
일각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 아니냐' 분석
집콕 신세 바이든, 통화로 '존재감' 드러내
트럼프도 '야당 의견 구하라' 비난 피해가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야당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전 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범(汎) 국가적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불과 반나절 전만 해도 민주당의 ‘화상 전당대회’ 가능성을 놓고 티격태격하던 두 정적(政敵)이 유선으로나마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댄 셈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P통신·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정말로 멋지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바이든 전 부통령)는 그의 관점을 제시했고, 나는 전적으로 그것에 대해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사람의 통화를 “매우 우호적인 대화”라고 규정한 뒤, 전화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약 15분간 지속됐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조치에 대한 제안을 공유했으며, 도전에 직면한 미국민들의 정신을 높이 샀다고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람 간 통화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공개리에 내비쳤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 의사를 표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한동안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6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화상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언급에 대해 “민주당 전당대회 날짜를 뒤로 미루길 바라더니 이제는 나타날 필요가 없는 화상 전대를 원하고 있다. 이런, 나는 왜 그런지 의아하다”고 지적한 뒤, “그가 나에게 걸고 싶다고 가짜뉴스들에 말했던 전화는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다시 시동이 걸렸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나는 우리가 (민주당 전대가 열리는) 밀워키에서 모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 박차를 가해 이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반박한 뒤, “언제든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한다면 기쁠 것”이라며 통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고, 마침내 이날 두 정적 간 통화는 이뤄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조롱해왔고, 코로나19 국면에선 ‘전국구 스타’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추켜세우는 식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깔아뭉갰다. 두 사람이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기는 했지만, 평소 워낙 사이가 틀어진 데다, 통화 시간도 15분에 불과해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은 이유다.

일각에선 이날 통화가 두 사람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하며 간간이 화상 기자회견이나 방송 인터뷰 등으로 얼굴을 내미는 처지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날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215명으로, 유일한 당내 대선 경선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910명)를 압도하고 있지만, 아직 매직넘버(1991명)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사실상 자신의 본선 상대로 여긴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역사상 최대 위기 중 하나인 코로나19 국면에서 초당적으로 야당 지도자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