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부실 가속화…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

by김범준 기자
2018.12.09 15:39:27

저축銀·대부업체 연체율, 각각 4.6%, 10.7%
최고금리 인하 후 대부업 대출거절 경험비율 22.9→49.8%
금감원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부작용…정책금융으로 풀 것"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기관 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우리카드 가맹점 기준 전국 자영업종 약 170만4000개 중 31.1%가 실적 부진 등으로 휴업 또는 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다.

기준금리가 최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금융권 대출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것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자영업 폐업률 모형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는 평균 7% 이상씩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민금융기관들의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 9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의 총여신 연체율은 4.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상위 19개 대부업체의 평균 연체율도 10.7%를 기록하며 최근 5개년 평균 7% 수준에서 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연체율은 높아지는데 법정 최고금리는 낮아지면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신용 6~7등급 중·저신용자도 주요 저축은행에서 대출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9~10등급 대출은 저축은행뿐 아니라 대부업체에서도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대출거절률이 늘면서 영세 자영업자 및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간 대부업체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응답자 3769명)를 한 결과 대부업체 대출거절 경험 비율은 지난해 22.9%에서 올 2월 법정최고금리 인하 후 49.8%까지 급증했다. 대출이 거절된 후 ‘사금융(사채)를 이용했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2015년까지 연 25만명 수준에서 최근 연 40만~60만명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확대를 통해 금융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 등 전반적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 수혜자 밀림현상과 악순환 연결고리는 결국 정책금융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라며 “금융 소외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상을 다각도로 모니터링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