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도박→단순도박' 혐의 낮춘 검찰, 양현석에 벌금형 청구

by김보겸 기자
2020.06.14 14:34:22

서울서부지검, 지난달 말 '원정 도박' 양현석 약식기소
경찰서 '상습도박' 적용했지만…검찰서 '단순도박'으로 낮춰
"출국 횟수, 금액 따지면 상습 도박으로 볼 수준 아냐"
양현석, 2015년부터 7차례 미국서 4억원대 도박 혐의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4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51)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약식기소됐다. 애초 경찰은 양 전 대표의 도박이 상습적이라고 결론냈지만 검찰에서는 이를 징역형이 없는 단순도박으로 보면서 벌금형을 청구한 것이다. 한편 양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30·본명 이승현)는 상습도박 혐의로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해외에서 원정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해 8월 오전 경찰조사를 마치고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재승)는 지난달 26일 양 전 대표에게 단순도박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양 전 대표의 원정 도박이 상습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상습성을 인정하기 위해 도박 전과나 도박의 횟수나 액수 등을 고려한다. 검찰 관계자는 “출국해서 도박한 것은 맞지만 출국 목적 자체가 도박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며 “출국 횟수나 금액을 따지면 상습 도박으로 볼 수준은 아니어서 단순도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다른 일행 5명과 함께 총 33만5460달러(약 4억247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상습도박이 인정되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단순도박은 징역형이 없고 벌금형에 그친다.



검찰은 구체적인 벌금 청구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청구한 벌금 금액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 전 대표는 ‘환치기’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양 전 대표는 미국에서 달러를 빌리고 국내에서 원화로 갚는 일명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했다는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받았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한국인이 해외에 갈 때 최고 1만 달러(약 1200만원)까지는 신고하지 않고 나갈 수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양 전 대표가 1만 달러 이하로 현금을 들고 출국했다며 환치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지난해 10월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9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육군 6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편 양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승리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승리에 대해선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양 전 대표와 달리 승리에게는 환치기 혐의도 있다고 봤다.

승리의 도박 금액이 양 전 대표보다 많다는 수사기관 조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승리와 양 전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을 조사해온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양 전 대표의 도박 액수는 4억원대, 승리는 십수억 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모두 환치기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뒤 보강수사를 해온 검찰이 승리에게는 환치기 혐의를 추가했다.

지난 3월 9일 현역으로 입대한 승리의 재판은 군사법원에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