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료칸, 그 행복한 휴식

by노컷뉴스 기자
2008.05.07 11:44:00

[손미나의 여행에세이]


 
[노컷뉴스 제공]

많은 도시인들은 꿈 같은 휴식과 자유로운 여행을 꿈꾼다. 원래도 여행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여행작가가 되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늘 여행 경험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 이번에는 칼럼을 통해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첫 번째 시간인 오늘은 '힐링 트레블'이라 불러도 좋을 일본의 '료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말로 '여관'이라는 뜻인 일본의 '료칸'은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는 곳 이상의 장소다. 일본의 전통과 자연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곳, 그래서 누군가는 료칸을 일본 그 자체라고 하기도 한다.


스페인의 한 친구는 료칸에서 머무는 동안 자신이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특별한 여행의 순간을 회고한 적이 있다.

나 역시 때로는 불편할 만큼 예의 바르지만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료칸의 직원들과 공기부터 다른 초록의 풍경 속에서 현실이 아닌 꿈 같은 행복을 느낀 적이 있다.

특히 2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류곤은 외관부터 '아, 이것이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완벽한 일본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20분 가량을 이동했을 뿐인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시간이 멈춘 곳. 그래서 내 마음의 조급함도 따라 멈추고 무엇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 속도의 전쟁 같은 삶을 사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는 그 무엇보다 필요한 치유의 시간이다.



류곤 료칸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작은 장식품 하나까지 시간의 흔적을 품위 있게 유지하고 있는데 다다미 객실은 마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도시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도시에서 떨어진 료칸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료칸을 나서는데 주인 할머니가 마치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기차역에서 먹으라며 손수 만든 주먹밥을 챙겨주신다. 그곳을 떠나는 순간까지 휴식과 감동을 주는 모습에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발리의 리조트에 온 듯 객실에서 통유리 밖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거대한 킹사이즈의 하얀 베드가 놓여져 있는 곳, 료칸 특유의 전통 음식 카이세키 대신 퓨전 일식을 맛 볼 수 있는 곳, 호시노야 카루이자와 료칸이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시설과 달리 노천탕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한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한 시간여를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료칸. 하지만 2005년, 리모델링을 통해 현대적인 료칸의 대명사로 다시 태어났다.

시설은 모던하지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은 자연과의 교감이다. 명상온천이라 불리는 곳에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마음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 편안한 기분이 든다. 다른 소리가 섞이지 않는 곳에서 온전히 자연의 숨소리를 듣고 느긋한 마음으로 명상을 하다 보면 힐링 트레블이라 불러도 좋을 시간이 아쉽게 흘러간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시설 뿐 아니라 합리적인 활용 가능성 때문에 특히 카루이자와를 찾는다.

최고의 성찬인 만큼 비싼 료칸 전통 음식 '카이세키'를 저녁으로 먹기 부담스럽다면 료칸 근처에서 컵라면을 먹든 저렴한 식사를 하든 손님의 자유고 아침도 서양식과 일식으로 나뉘어 선택이 가능하다.

카루이자와는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매력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