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망 동향보고서 들춘 나쁜 호기심.."끝까지 너무한다"

by박지혜 기자
2019.10.18 09:05:4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가수이자 배우 설리(최진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소방당국이 유출해 대국민 사과를 한 사망 당시 동향보고서가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4일 15시 20분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119구급대의 활동 동향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사항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설리가 사망한 당일인 지난 14일 사망 관련 소방서의 보고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신고 일시와 장소, 매니저의 신고 내용은 물론 현장 상황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이를 유출한 사람은 소방본부의 직원이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보고서를 전달받은 소방공무원은 이를 다른 소방공무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렸으며, 이 내용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퍼져 나갔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청렴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소방공무원이 내부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요안 청문감사담당관이 내부문건 유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인의 팬들을 비롯해 누리꾼은 생전 악성댓글에 고통받은 설리가 사망 후에도 변하지 않는, 잔혹한 상황에 놓인 데 대해 공분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모독이다”, “죽어서도 고통받는 설리”,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선처 받아라”, “끝까지 너무한다. 설리한테 진짜 왜들 그러냐”, “엄중 처벌하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생전 고인의 산부인과 기록 유출 사건을 언급한 누리꾼도 있었다.

설리는 지난 7월 JTBC2 ‘악플의 밤’에서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를 다 해봤는데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의사가 ‘산부인과 검사만 남았는데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산부인과에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나를 보고 ‘임신했다’는 소문이 났고, 병원 직원이 검진 기록이 적힌 차트도 사진을 찍어 유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리는 “지금까지 병원에서 소문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6일 각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 운영진에게 설리 사망에 대한 ‘동향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불법임을 설명해 삭제 조치를 하도록 했지만, 18일 오전 현재에도 나쁜 호기심으로 실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문건을 유출한 직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실 관계가 정확히 확인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문책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보고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안 교육을 강화하겠다”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