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지쓰 사내벤처로 출발한 ‘화낙’, 글로벌 로봇업체로 성장비결은?

by이진철 기자
2016.07.29 09:26:49

이나바 요시하루 회장, '전경련 CEO 하계포럼' 기자간담회
"인건비 비싼 일본서 로봇생산으로 경쟁력 강화"
"한국기업과 밀접한 관계.. 수치제어분야 협력확대 희망"

[평창=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일본의 로봇업체 ‘화낙(FANUC)’의 최고경영자(CEO)인 이나바 요시하루 회장이 한국에서 열린 공개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해 베일에 싸인 세계 최고 로봇기술 업체로 성장하기까지 비결을 소개했다.

화낙은 후지쓰의 사내벤처로 1972년 분사해 전세계 로봇시장을 50% 점유할 정도로 로봇제조업 혁신의 상징으로 성장했지만 설립이후 40년 넘게 신비주의를 고수해왔다. 현재 화낙은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 테슬라 전기자동차 등의 생산에 필요한 로봇절삭기기를 만드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2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처럼 인건비가 굉장히 비싼 나라에서 제조업 분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공장자동화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 이런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해외 이전을 하지 않고 일본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로봇의 고속화나 정제화로 로봇 자체의 기술을 발전시켰는데 이제부터는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로봇 스스로 자동으로 생각하고 생산하는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화낙은 제조업체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모범사례로 꼽히는데 전략은?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
△현재 5000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데 현재 4000대, 올 하반기에는 4800대 생산할 예정이다. 이같은 발전은 산업용 로봇이 생산용이라 신뢰성이 중요한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힘을 들여 개발했고, 항상 최신기술을 로봇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습제어기술도 과거부터 탑재했고, IoT나 딥러닝 심층학습을 실용화했고 이미 로봇에 탑재했다.

-화낙이 1972년부터 최고 로봇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신비주의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1972년에 화낙이 후지쓰로부터 분리독립했는데, 당시 후지쓰는 컴퓨터와 NC(수치제어) 부분으로 나눠서 사내 벤처기업을 키우고 있었다. 컴퓨터는 메인이었고 NC가 분사를 하게 된 것이다. 원래 로봇이 수치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화낙은 이 비즈니스가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고, 공장기계 NC를 개발하면서 로봇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신비주의나 비밀주의는 오해다. 우리가 기업간거래(B2B)를 하고 있어서 특별히 홍보할 이유가 없고 종업원도 적어 대응할 필요와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2년 전 파이낸셜타임즈에 비밀주의에 휩싸인 노란 컬트 집단으로 기사 나온 적 있다. 이런 오해가 있는 이미지를 확산시키지 않고 올바르게 회사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왔다.

-헤지펀드 공격 등 다른 주주들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은.

△저희들은 헤지펀드 움직임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본업에 충실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최선의 기업방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구입 방법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저희들보다 헤지펀드가 올바르게 경영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이 자리를 양보하겠다. 하지만 저희들 이상으로 일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회장님도 회사 지분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고, 아드님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아버지가 화낙 그룹 창업자지만 주식을 거의 갖지 않고 저도 그렇다. 저의 장남이 로봇사업 분야 책임자를 맡고 있지만 주식이 없다. 앞으로 역량이 있다면 사장이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제가 장남에게 이러쿵 저러쿵 간섭은 일체 안한다. 현재 제가 회장이지만 사장은 전혀 혈연관계 아닌 사람이 맡고 있다.

-한국기업이 국내 생산을 하다가 해외로 생산을 돌린 건 인건비도 있지만 강성노조도 원인인데 일본은 노조 문제가 없는지.

△일본도 예전에는 노사관계가 어려웠지만 40년도 넘은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은 노조가 경영진과 싸워봤자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협조를 해나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원만한 노조관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이전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로봇 90%가 해외에 수출되고 10%만 국내에 남는데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일본 경영자 입장에서 로봇이 파업을 안하니까 산다는 생각은 안한다. 한국은 로봇이 파업도 안하고 화장실도 안 가기 때문에 많이 사용해 주실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한국 기업과 사업확대 계획이 있다면.

△한국과는 수십년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까지 수치제어 분야에서 협력해왔는데 앞으로는 좀 더 폭넓은 분야로 확대해 나가고 싶다. 현재 개별 기업과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나 안건은 없지만 앞으로 그런 내용이 제기된다면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