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이라크도 넘었다...27년 만에 亞컵 결승행

by이석무 기자
2015.01.26 19:53:24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이정협이 이란과의 2015 아시안컵 4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가 이라크의 벽도 넘었다. 이제 55년의 한을 풀기까지 이제 1경기만 남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정협(상주 상무)과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연속골 덕분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2007년, 2011년 두 대회 연속 승부차기로 패해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아쉬움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 4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도 실점하지 않는 무결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한국이 결승에서도 실점없이 승리할 경우 1976년 이란 이후 39년 만에 ‘무실점-무패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당시 이란은 4경기 뿐이었지만 한국은 6경기를 치르고 거둔 기록이라 그 가치는 비교할 수 없다.

결승에 선착한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6시 시드니에서 우승컵을 놓고 운명의 승부를 펼친다. 상대는 호주 대 아랍에미리트(UAE)의 4강전 승자다.

개최국 이점을 안고 있는 호주가 결승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1-0으로 이긴 바 있다. 호주와의 역대 상대 전적에선 7승10무8패로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 반면 UAE를 상대로는 11승5무2패로 월등히 앞서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이정협을 최전방 원톱에 두고 손흥민(레버쿠젠)과 한교원(전북 현대)을 좌우 윙어로 배치한 공격라인을 내세웠다. 남태희(레퀴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에서 이정협을 지원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마인츠)가 책임졌고 포백라인은 김진수(호펜하임), 곽태휘(알힐랄), 김영권, 차두리(FC서울)가 나란히 섰다. 골문은 ‘넘버1 골키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경기 시작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다. 수중전 속에서도 한국은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이라크를 몰아붙였다. 7대3 정도로 월등히 공을 많이 가졌다. 이라크는 함께 공격적으로 맞서기 보다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나왔다.

답답했던 한국의 공격은 전반 20분 이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전반 18분 손흥민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2분 뒤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슈틸리케의 신데렐라’ 이정협이었다.

이정협은 이라크 진영 오른쪽에서 김진수가 올린 프리킥을 정확히 머리에 맞혀 골망을 흔들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득점이자 국가대표 발탁 이후 A매치 세 번째 골이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했다. 간간이 이라크의 역습이 매서웠지만 큰 위기 없이 무실점을 이어갔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후반전에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추가골은 후반 5분에 나왔다. 한국의 코너킥 기회에서 이라크 문전 앞 혼전이 계속된 가운데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이 왼발 슈팅을 날렸다. 김영권의 발을 떠난 공은 이라크 골키퍼 손을 지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이었다.

다급해진 이라크는 빗장을 풀고 뒤늦게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은 안정된 수비 조직력으로 이라크의 공세를 막아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결승행이 결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실력과 정신력 모두 압도한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영권(왼쪽)이 이라크와의 2015 아시안컵 4강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린 뒤 팀동료 기성용과 얼싸안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