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다 키웠으니 헤어지자" 황혼이혼>신혼이혼

by장종원 기자
2013.10.20 15:50:34

대법원 2013년 사범연감..이혼 4쌍 중 1쌍 황혼이혼
노령층 일인가구 증가로 사회경제적 부담도 가중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결혼생활 20년이 넘은 중·장년층 부부의 ‘황혼 이혼’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결혼 4년 이내에 헤어지는 ‘신혼 이혼’ 건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황혼 이혼 증가는 가정의 해체뿐 아니라 고독사, 자살 그리고 노인 빈곤 등 사회·경제적 문제와도 직접 연관되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이혼 중 신혼이혼과 황혼이혼이 차지하는 비중 (자료 : 대법원)
20일 대법원의 2013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1만4781건으로 전년에 비해 0.7%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새로 가정을 꾸린 가정이 32만9220건인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3분의 1 가량의 부부가 파경을 맞은 것이다.

이혼의 경우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26.4%)이 4년차 미만 신혼 이혼 비율(24.6%)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황혼 이혼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신혼 이혼은 감소해 지난 2011년 각각 24.8%, 26.8%까지 근접한데 이어 마침내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 전체 이혼 부부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은 47.1%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를 꼽은 부부가 47.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문제(12.8%), 배우자 부정(7.6%), 가족 간 불화(6.5%), 정신적·육체적 학대(4.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황혼 이혼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가부장 문화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개념의 부부관계가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와 남녀 평등 인식 확산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혼 이혼은 단순한 부부간 ‘갈라섬’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황혼 이혼은 가정의 해체뿐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 저하, 고독사, 극단적 자살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황혼 이혼은 당사자 모두를 경제적 곤란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재산이나 국민연금 등이 분할되면서, 경제 상황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아직까지 노후를 자녀에게 기대는 비중이 큰 우리 사회 특성상 황혼 이혼은 자녀의 부양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황혼 이혼 증가는 노인 부모 부양과 재산 상속 등 여러 부분에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부부 역시 서로 이해하고 노년을 같이 보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