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우조선해양 불법점거 하청노조 엄정 대처해야

by박순엽 기자
2022.07.17 13:13:11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때 강성노조라고 불리던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파업할 때 절대 건드리지 않았던 곳이 바로 도크(Dock·선박 건조장)입니다. 도크 운영을 막는 건 회사와 직원이 공멸(共滅)하는 길이라는 걸 모르는 조선소 직원은 없었기 때문이죠.”

지난 13일 경남 거제의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한 대우조선해양 직원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협력(하청)업체 노조의 도크 점거 농성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곧이어 그는 불법 파업·농성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를 꺼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Dock·선박 건조장) 모습.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근로자 7명이 도크 입구 좌측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어 그 뒤에 놓인 30만 톤(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가 임금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46일째, 그 사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채 흔들리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손실만 총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노조가 점거한 도크와 관련된 공정에서 일하는 570여명의 근로자들은 업무가 마비되면서 때아닌 휴업에 들어갔다. 하청업체 노조가 도크를 멈춰 세운 탓에 열심히 일하던 원청·협력업체, 그리고 그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며 도크 운영을 막고 있는 협력업체 노조의 농성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상 명백한 불법이다. 게다가 도크가 막히면 배를 바다에 띄우지 못해 선박 건조가 사실상 중단된다. 즉, 협력업체 노조가 법을 어겨가면서 회사의 정상 운영을 막고 있다는 뜻이다.

또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당장 선주들에게 애초 계약한 날짜보다 늦게 선박을 인도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월 130억원에 달하는 지체 배상금도 문제지만, 오랜 기간 선주들과 쌓아왔던 신뢰 관계가 깨지면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회사로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다.

이번 파업은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장기 불황 여파에 많은 숙련 인력이 조선업을 떠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파업이 인력 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서다. 조선 인력들이 건설 등 다른 일을 찾아 거제를 떠나면 지역에도 위기가 찾아올 건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지역 주민들은 최근 거리로 나와 3.5km에 달하는 인간띠를 만들며 불법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이들은 ‘일하고 싶습니다. 같이 삽시다’, ‘일을 해야 대우조선도 살고, 거제도 산다’ 등의 간절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정부는 이번 점거 농성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법원도 노조의 퇴거를 명령했다. 이젠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누구든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는다는 원칙,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