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세계적 에너지 대란으로 천연가스 수요 급증할 것”

by김무연 기자
2021.09.28 09:25:11

유럽 천연가스 가격, 전년대비 500% 가까이 폭등
中, 지난해보다 천연가스 수입량 2배 늘려
온실가스 감축 위해 석탄 발전 줄이고 원전 폐기한 영향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유례없는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 외에도 세계 각국이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탄소 중립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원자력 발전소도 폐기함에 따라 전력 공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사진=AFP)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년 동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500% 가까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유럽 저장 시설의 천연가스 재고는 역사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라면서 “유럽은 노후된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데다 온화한 날씨로 풍력 발전의 출력 또한 감소해 여느 때보다 천연가스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청정 에너지원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과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에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려줄 것을 촉구했지만, 러시아 또한 대부분 생산량을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겨울이 길고 더 추운 북유럽 국가에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일 미국 국무부는 “올 겨울이 추위가 거세다면 유럽 일부 지역에서 난방에 사용할 가스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라면서 “천연가스 부족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천연가스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구매국인 중국은 수입량을 지난해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늘렸다. 중국 지방정부는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소를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 공장은 물론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협력업체 공장들도 일시적인 가동 중단 사태를 겪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도 에너지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일본과 한국은 석유에 연동되는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계약을 맺고 있어 공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은 거의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했고,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치면 높은 가격에 천연가스를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미 경제대국인 브라질 또한 수력 발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남미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 파라나강이 지독한 가뭄으로 유량이 낮아지면서다. 브라질은 이미 7월에 가스 수입을 사상 최고로 늘렸고 전기 요금도 인상하는 등 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비교적 풍부한 천연가스를 보유 중이지만, 가스 재고는 5년간의 계절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산업에너지소비자협회(IECA)는 천연가스 저장 수준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수출을 줄일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