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꼼수 비난' 무릅쓰고 승부수 던진 사연

by천승현 기자
2015.10.08 09:27:24

동아에스티, 바라크루드 특허訴 패소했지만 복제약 조기 발매
"특허무효 확신..정당한 특허도전"
경쟁업체들 "시장 선점 목적 꼼수..시장 교란 우려" 비판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동아에스티(170900)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 한달 전에 복제약(제네릭)을 발매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에스티 측은 “정당한 특허도전”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쟁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하고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일 한국BMS제약이 동아에스티(170900)를 상대로 제기한 B형간염치료제 관련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바라크루드의 특허만료 전 제네릭 발매는 특허침해에 해당한다며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R&D센터
바라크루드의 물질특허는 오는 9일 만료돼 원칙적으로 10일부터 제네릭 판매가 가능하다. 동아에스티는 제네릭 발매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대웅제약(069620), 한미약품(128940) 등과 바라크루드의 물질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럼에도 동아에스티는 특허만료 한달 가량을 앞두고 지난달 7일 제네릭 ‘바라클’의 판매를 시작했다.

제네릭 업체가 특허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제네릭 발매를 강행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자칫 오리지널 업체에 거액의 손해배상 물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 측은 “특허의 무효 가능성, 특허 기간 연장의 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마치고 출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당한 특허도전이다”고 주장했다. 비록 국내에서의 특허소송에서는 1심, 2심 모두 패소했지만 특허 무효를 자신한다는 이유에서다.

동아에스티는 패소 결정이 내려진 물질특허 무효소송과는 별도로 지난달 10일 특허심판원에 특허 존속기간 연장등록이 무효라는 소송을 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바라크루드의 특허가 무효 판결난 바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바라크루드 제네릭 발매는 물질특허 무효소송과는 무관한 결정이다”면서 “BMS의 특허연장에서 모순점을 발견하고 새롭게 특허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바라클의 조기 발매로 환자들에게 저렴한 제네릭을 조기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동아에스티가 판매를 서두른 배경이다.

특히 동아에스티 입장에서는 특허전략에 확신을 갖고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바라크루드는 연간 15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국내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바라크루드 시장의 10%만 잠식해도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극심한 실적 침체를 겪고 있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동아에스티의 지난 2분기 매출은 매출액은 1393억원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전문의약품 부문은 무려 17.6% 줄었다.

제네릭 업체들은 동아에스티의 제네릭 조기 발매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있다. 대체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동아에스티가 한달 남짓 제네릭을 먼저 발매하면서 얻는 실익이 손실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의료진이 특정 의약품 처방을 시작하면 1~2년 정도는 좀처럼 처방 제품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시장 진입 시기는 제네릭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BMS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되기 2~3개월 전부터 사전 영업활동을 시작하고 특허 만료와 동시에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사 한 영업사원은 “최근 들어 리베이트 규제가 강화돼 과거처럼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서 물량공세로 제네릭 시장을 잠식할 수는 없다”면서 “경쟁사들보다 하루라도 제네릭 판매가 늦어지면 해당 시장은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바라크루드는 동아에스티를 포함해 62개 업체가 제네릭을 허가받고 보험약가 등재까지 마친 상태다. 61개 업체와 동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한 달이라도 빨리 팔면 제네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에 반해 동아에스티가 입게 되는 손실은 거의 없다. 법원은 “동아에스티는 특허 만료시까지 바라클정 제품을 생산·사용·판매 등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한국BMS제약에게 1일 1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미 도매상이나 약국에 공급된 제품은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아에스티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동아에스티는 바라크루드의 약가인하에 따른 손해배상 위험도 피해갔다. 만약 동아에스티의 제네릭 발매로 바라크루드의 약가가 떨어졌다면 BMS가 거액의 손실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약가제도에서 제네릭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은 30% 인하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한 달에 한번 보험약가 개정을 결정하는 탓에 바라크루드의 약가는 당초 일정대로 오는 10일 약가가 인하된다. 약가가 당초 예정보다 더 빨리 인하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동아에스티가 바라크루드의 약가인하를 피해가기 위해 교묘한 시점에 제네릭을 발매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더욱이 특허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네릭 판매를 금지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돼 향후 오리지널 특허만료 직전에 제네릭을 기습 발매하는 기회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제약사 한 영업본부장은 “앞으로는 누구라도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특허만료 한 달을 앞두고 제네릭을 발매하는 전략이 확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