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20.01.22 08:18:28
중국의 감염병 대응 체계 두고 '불신'
'사람 간 전파' 부정하다 역학조사 시기 놓쳐
국내선 공항서 환자 발견해 격리
메르스에 준하는 대응이나 '설'과 '춘절' 대이동 복병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폐렴을 유발하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77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중국발 사스의 공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21일 기준,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감염환자는 198명, 사망자는 4명이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 또는 메르스보다는 치사율이 낮은 편임에도 한국을 포함한 인근 국가들은 총력을 다해 대비에 나서고 있다.
사스 사태 당시 허술한 방역시스템과 제한적인 정보공개로 세계의 원성을 샀던 중국의 대응을 믿지 않는 ‘불신’ 때문이다. 게다가 발병 한 달 만에 결국 일본, 태국, 한국 등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것도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는 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고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다행히 추가 환자도 없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에 준하는 검역, 역학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감염률이나 치사율이 낮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지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중국의 행보를 보면 감염병 예방 시스템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애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 폐렴 환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중국 보건당국은 우한시의 한 해산물 시장에서만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사람 간 전파는 없었다고 했다.
폐렴을 유발한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도, 그것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몰랐으니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가 없었다.
대응 속도도 느렸다. 우한시뿐만 아니라 일본과 태국으로까지 바이러스가 퍼진 후에는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가 베이징과 선전, 우리나라까지 바이러스가 넘어간 이후에야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역학조사가 가장 중요한 감염병 대응에서 사람 간 전파를 고려하지 않았으니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광둥성에서 하루 만에 확진 환자가 14명이 늘어난 것만 봐도 중국의 허술한 대응이 그대로 드러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중국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정부) 발표를 신뢰하지만, 체제 특성상 완전히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좀 더 플러스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직접 나서 질병 확산을 통제하라고 긴급 지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감염병과 관련된 정보를 즉각 발표하고 국제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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