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신화에서 꺼내 인간으로 돌려보내기

by김용운 기자
2014.08.02 13:00:00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김태훈 l 732쪽 I 일상이상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영화 ‘명량’의 개봉과 함께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13척의 배를 끌고 왜선 130여척을 격파한 ‘명량해전’은 위기를 극복한 이순신 리더십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순신의 명량해전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일본에 점령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순신의 승전보로 임진왜란의 전세는 조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순신은 영웅을 넘어서 ‘민족의 성웅’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이순신이 ‘반인반신’의 범접하지 못할 성인은 아니다. 그 역시 인간적인 결점이 있었고 실수가 있었다. 애초부터 영웅으로 태어난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학을 전공한 학자는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임에도 이순신에 ‘꽂혀’ 난중일기를 비롯해 조선왕조실록·징비록·이충무공전서 등 사료들을 면밀하게 살폈다. 덕분에 사료에 근거한 이순신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책은 저자가 2004년 발간한 ‘이순신의 두 얼굴’을 수정·보완해 다시 쓴 증보판이다. 이후 발견된 사료와 역사학계 논쟁들을 보충했고 ‘함경도 일기’ 등 이순신이 쓴 것으로 알려졌던 사료들이 거짓으로 드러난 사실도 보충했다.



사실 이순신의 생애는 잘 알려져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비롯해 소설과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순신이 실제로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며 민족의 성웅으로 추앙을 받게 됐는지 그 과정을 세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책의 장점은 풍부한 사료조사를 통해 박제화된 이순신이 아니라 실제 우리 역사 속에서 조선의 무관으로 살았던 인간 이순신의 구체적 행로를 담백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순신의 위대함뿐만 아니라 대규모 식솔을 거느리고 지방으로 부임한 수령이자 상관과 불화했던 강직한 관료,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아 고민했던 장수, 아들을 잃은 아비의 아픔까지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쉽게 풀어쓴 저자의 필력 덕에 700쪽이 넘는 책장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무엇보다 이순신의 생애를 관통하는 ‘원칙’을 실증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이순신에 삶을 한마디로 ‘정면돌파’라고 했다.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순신은 올바른 원칙으로 직진했다는 것이다. 비겁하게 물러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던졌다. 외부의 실재하는 적과 더불어 내부의 보이지 않는 자신과도 싸웠다. 이것이 우리가 이 시대에 주목해야 할 성웅 이순신의 진면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