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갇힌 지 3년 “내가 고립을 선택한 이유는…”

by장구슬 기자
2020.03.28 14:42:19

29일 SBS스페셜, ‘사회적 고립 청년들’ 조명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2020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자신을 가장 중요시하며 할 말은 다 하고야 마는 청년들, 똑 부러진 90년대 생을 가리키는 ‘밀레니엄 세대’가 주요 사회 구성원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들의 이면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에서 설 곳을 잃어버린 ‘은둔형 외톨이’들이 급증하고 있어 새로운 청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바로 패배자라는 사회의 시선에 갇혀 자신을 방 안에 고립시킨 청년들이다.

(사진=SBS 스페셜)
방 안에 고립된 청년들의 실태조사를 진행한 ‘파이상담센터’의 김혜원 자문 교수는 “(요즘 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다고도 표현된다. 이런 양상이 전체 모습처럼 비지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인생에서 1등만이 중요하다고 하는 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자신 없는 인구는 계속 나오고, 좀 더 예민한 친구들이 숨는 것”이라고 전했다.

과잉 스펙 요구와 외향적인 태도에 관한 강요가 중첩되면서 증가한 ‘은둔형 외톨이’는 오늘날 사회문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중에게 이들은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이자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문제아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향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지칭하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당한’ 청년들이 증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숨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회적 고립 청년들을 ‘SBS 스페셜’에서 만나본다.

◇아들과 대화를 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이상민(18) 군의 어머니. 내성적이라 학창시절부터 친구가 많지는 않았다는 아들은 특별히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폭력을 당한 일도 없이, 어느 순간 말수가 줄어들면서 등교를 거부했다고 한다. 담임교사의 도움으로 중학교는 졸업할 수 있었지만 힘들게 들어간 고등학교마저 진학 1달 만에 자퇴를 선언한 것이다. 가족들은 그때부터 3년 넘게 나오지 않는 아들에게 식사 시간마다 방으로 음식을 갖다 주고 있다고 했다.

고립상황 1년3개월 차에 접어든 김민준(가명) 씨 어머니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학창시절에 한 번도 지각, 조퇴조차 없었을 정도로 성실했던 민준(23) 씨가 전역 직후부터 갑자기 외출을 거부하고 있다. 엄마와 소소한 대화는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자고 권유하면 ‘죽어버리겠다, 송장 치울 게 걱정이냐’며 내버려 두라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민준 씨. 민준 씨가 왜 집 밖 출입을 거부하는지 원인을 추측할 수도 없다며 어머니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어 더 안타깝다는 두 어머니.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히면 그나마 유지하던 소통마저 단절될까 봐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쓰쿠바 대학 ‘사이토 타마키’ 교수 (사진=SBS 스페셜)
◇SBS 스페셜은 청년들의 고립문제 장기화로 30년 넘게 고민 중인 일본에서 해결의 힌트를 얻기로 했다. 앞선 정책들의 거듭된 실패로 ‘고립 청년 100만 시대’를 막지 못한 일본은 이제야 이 현상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창구를 지원함으로써 청년 문제를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히키코모리’ 문제의 권위자인 쓰쿠바 대학 사이토 타마키 교수는 “고립의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생활 패턴을 바꾸기 쉽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수월하다. 그러니 확실히 초기 대응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청년들을 위한 단체인 ‘K’그룹에서 만난 코보리 모토무 대표 또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고립 문제는 장기화될수록 가족이나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삼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도움을 청할만한 곳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과거 일본에서 설립됐다는 ‘K’그룹이 이제는 세계 각지 청년들을 위해 해외로 진출했다. 한국에는 2012년에 ‘K’그룹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설립되어 현재까지 고립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셰어하우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K’ 셰어하우스 입소 1개월 차 최민성(가명) 씨는 “SNS 보면 친구들은 다 잘살고 있는 것 같아서 더 괴리감 들고 거의 1년 넘게 밖에 안 나갔다. 고등학교 때 왕따 당한 이후로 자퇴하고 그때부터 집에만 있었는데 부모님과 갈등이 심해지더라. 일단 집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는데 마침 저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K 셰어하우스에 모인 청년들 (사진=SBS 스페셜)
◇전문가들은 이들의 속도에 맞춰 접근하되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고립의 시작은 간단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복합적인 요인이 가중되어 점점 더 나오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그 핵심. 결국 각자 상황을 정확하게 검증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상민 군에게는 감춰버린 속내를 듣기 위한 상담 전문가들이 찾아갔다. 그리고 이제 K그룹에서 자립을 준비하기 시작한 민성 군은 부모님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심리치료를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이제야 방 밖의 외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한 청년들, 과연 이들은 그동안 가족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이야기해줄까? 오는 29일 오후 11시5분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고립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개선돼야 할 사회적 시선들에 대해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