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70)야구공의 변화구에 담긴 과학 원리는?

by이연호 기자
2020.06.14 12:21:10

공기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경계면 기준 회전 방향 달라 속력 차 생기고 압력 달라져
공기와 마찰력 높이는 실밥 통해 회전력 극대화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투수가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수만 명의 관중들은 공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탄식한다.

던지고 받고 치고 달리는 게 전부인 야구는 일면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야구는 고도의 전략을 필요로 하는 경기이기도 하다. 투수는 9명의 타자 한명한명과 매 순간 치밀한 수싸움을 벌인다. 어떤 코스로 어떤 구종의 공을 던질 것인가에 따라 해당 타자와의 승부가 결정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변화구로 부르는 다양한 구종의 공은 타자들의 나날이 발전하는 타격 기술을 현혹하기 위해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쓰인다. 야구공은 표면에 빨간 108개의 실밥이 있다. 이 실밥은 투수들이 변화구를 던지는 데 꼭 필요한 장치로 과학적 원리의 산물이다.

먼저 투수가 던지는 공은 크게 속구(흔히 우리가 직구라고 부르는 공)와 변화구가 있다. 속구(Fast ball)는 실제로는 곧게 일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아래로 살짝 떨어진다.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구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외에 또 있다. 변화구는 기본적으로 물리학의 법칙인 ‘베르누이의 정리’를 따른다.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싱커 등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현란하게 상하좌우로 휘는 변화구는 어떻게 이 베르누이의 정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베르누이의 정리란 간단히 말하면 유체(공기나 물처럼 흐를 수 있는 기체나 액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커브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커브는 투수가 타자 앞에서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큰 낙차를 만들어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주로 던지는 공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는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인 18.44m를 가는 동안 아래로 떨어질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의 위와 아래의 회전 방향이 다르다. 공의 윗부분은 공기가 지나는 방향과 공의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되기 때문에 그 속력이 느려지는 반면 공의 아랫부분은 공기가 지나는 방향과 공의 회전 방향이 같으므로 위쪽에 비해 공기가 지나가는 속력이 빨라진다. 따라서 어떤 경계면을 기준으로 그 아랫부분의 압력은 감소한다. 힘은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작용하며 이때 작용하는 힘을 마그누스의 힘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유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속성이 있으므로 공은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구공의 실밥은 어떤 역할을 할까. 투수들은 이 실밥을 그립을 이용해 쥐어 손톱 등으로 찍거나 긁는 등의 행위를 통해 회전력을 공에 실어 보냄으로써 변화구를 만들어 낸다.투수가 야구공의 실밥을 몇 개를 잡느냐 혹은 어느 부분의 실밥을 잡느냐에 따라 공의 방향과 회전력이 달라진다. 실밥은 공기와의 마찰력을 높이고 이는 결국 공의 실밥과 그 외의 부분 사이에 압력의 차이를 만들어 공의 회전 효과를 극대화한다. 베르누이의 정리는 비단 야구공 뿐만이 아니라 모든 구기 종목 스포츠의 공에 적용된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