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도 안 열려도 걱정…첩첩산중 국회

by조용석 기자
2019.06.09 16:42:25

추경안 펴기도 전에 싸우는 여야…사전 조율 가능성도
정개·사개특위 연장 두고 신경전…한국당 "종료해야"
10일 사개특위도 파행 전망…우선처리법안 신경전 '팽팽'

여야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사과와 법안 처리 문제 등으로 장기간 공전 중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국회가 양보 표지판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여야가 6월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 막바지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야가 힘겹게 국회 문을 열어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기간연장 등 주요숙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치할 가능성이 커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6월 임시국회 소집된 후 첫 숙제는 추경안 처리다. 앞서 정부는 4월말 강원도 산불·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에 2조2000억원, 민생경제 지원예산 4조5000억원 등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파로 인한 여야 강대강 대치가 거듭되면서 국회는 45일이 넘도록 추경안을 펼쳐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추경안에 대한 입장도 교섭단체가 각각 다르다. 민주당은 선제적 경기대응을 위한 민생경제 예산도 모두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자유한국당은 민생경제 예산은 ‘총선용’이라고 비난하며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은 추경을 재해와 비(非)재해 예산으로 나눠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국채 발행없이 조달할 수 있는 액수인 3조1000억원의 추경에만 동의하겠다며 민주·한국당과도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추경안 처리는 한국당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 때처럼 여야4당이 뜻을 모아도 어렵다. 추경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할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이 한국당 황영철 의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추경안의 빠른 통과를 위해 한국당과 조율을 마치고 국회를 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6월 임시국회의 또다른 뇌관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개혁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조정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연장여부다. 두 특위는 활동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달 말로 종료된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한 한국당은 특위를 종료하고 선거개혁법은 행정안전위에서, 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법안은 법사위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행안위·법사위에서 다시 논의할 경우 여야4당의 공조에 균열을 만들고 협상 주도권을 갖고 오기에 용이하다. 또 한국당은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기에 민주당이 위원장인 사개특위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용이하다.

정개특위는 지난 5일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처음으로 제1소위 회의를 열었지만 한국당의 항의 속에 1시간 만에 종료됐다. 하루라도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여야4당과 국회가 정상화된 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한국당이 의견이 팽팽이 대립했다. 제1소위원장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개특위 활동기한이 연장되면 이에 맞춰 의결하겠지만, 연장이 안될 경우 이달 말까지 절차를 마무리짓겠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10일 예정된 사개특위 전체회의 역시 정개특위와 마찬가지로 한국당의 반발과 불참 속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개특위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기한이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 이달 말까지 검경사수권 조정 및 공수처설치법에 대한 의결을 마치자는 의견을 낼 전망이다.

이밖에 여야는 중점처리법안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두고도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및 최저임금법 결정구조 개편을 담은 노동법안 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한국당은 자당이 추진 중인 국민부담경감 3법,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건전재정법 등이 우선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회동을 따질 정보위 개최를 세게 요구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간 국회 정상화 관련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조속한 합의에 이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당대표 회담의 회동 형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9일 6박8일 일정으로 북유럽 순방을 떠났기 때문이다.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영수회담을 주장했던 한국당이 대통령 부재 중 전격 국회 복귀를 결정할 가능성은 낫다는 분석이다. 또 민주당의 단독 소집 역시 한국당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실제 추경안 및 법안처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