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연락에 물밑 지원…'요소수 대란' 해결사 나선 총수들

by박순엽 기자
2021.11.14 14:44:07

신동빈 회장, 직접 日화학사에 연락해 요소 확보
구본준 회장은 계열사 통한 지시에 물밑지원 나서
포스코그룹도 요소수 확보…"총수 인력망 빛 발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위기가 닥치자 재계 총수들이 해결사로 나섰다. 해외 요소 제조기업에 직접 연락하는가 하면, 오랜 기간 다져놓은 현지 네트워크와 인맥을 활용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총수들의 결단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LX그룹)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정밀화학은 원재료인 요소가 부족해 이달 말쯤 공장 가동을 중단할 상황에 놓였으나, 최근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일본·러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총 1만2000t 요소를 구하면서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할이 컸다. 특히, 일본에서 들여오는 1000t 요소는 신 회장이 직접 일본 미쓰이화학에 연락해 확보한 물량이다. 신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만큼 관련 업계에 탄탄한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밀화학은 수출 중단이 해제된 중국산 요소 6500t, 정부를 통해 확보한 700t까지 포함한 총 1만 9000t 요소 수입을 서두르는 동시에 공장 가동률을 높여 요소수를 생산하는 즉시 전국에 신속히 공급할 예정이다. 또 원료인 요소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요소수 공급가를 지속적으로 동결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요소수 품귀 사태’ 구원투수로 나선 건 신 회장뿐만이 아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그룹 종합상사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을 통해 요소 1100t과 요소수 270만ℓ를 확보했다. LX인터내셔널이 발 빠르게 나서 요소·요소수를 확보한 데에는 구 회장의 결단과 물밑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X인터내셔널은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자 지난 1일 해외법인·지사에 요소수를 확보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는데, 해당 지시에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각 법인·지사 주재원들은 현지 요소 제조업체와 협상을 벌여 중국과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에서 요소·요소수를 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멕시코의 자르 크루즈사는 지난 11일 요소수 10만ℓ 계약 서명식을 진행했다.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아울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해외에서 요소수를 확보하고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호주 블루 녹스와 멕시코 자르 크루즈로부터 각각 요소수 8만ℓ와 10만ℓ를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모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 요소·요소수 제조업체들과 구매 계약을 타진해왔다.

요소수를 판매하는 두 업체 모두 요소수 수출 경험이 없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지 수출통관·포장·물류 등 수출 업무 전반을 직접 수행했다. 또 호주발 선복 확보와 배선 스케줄 조정 등을 위해 포스코 물류사업부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과도 협력해 국내에 요소수를 들여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게 포스코그룹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은 요소수 품귀 사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 긴밀하게 협조하는 동시에 기업별로도 요소·요소수 추가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 총수들의 탄탄한 인력 네트워크와 각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 역량이 엮여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