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과 산도발의 '닮은꼴' 변신과 FA 인기비결 4가지

by정재호 기자
2014.11.20 16:57:29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막을 올린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3루수 최대어로 각광받는 2명의 특급스타가 있다. 파블로 산도발(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 핸리 라미레스(31·LA다저스)다.

FA시장이 열리기 무섭게 한 선수는 여기저기서 모셔가기 전쟁이 불붙은 반면 다른 한쪽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산도발이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지난 5년간 3번째 월드시리즈(WS) 우승에 크게 기여한 반면 라미레스가 끝까지 유격수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

라미레스는 아직 이렇다 할 원하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산도발은 오라는 구단이 너무 많아 탈이다.

미국 지상파 ‘CBS 스포츠’의 존 헤이먼에 따르면 산도발 영입전에는 원 소속팀인 자이언츠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최선두에 서 있고 뒤이어 샌디에고 파드레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다 심지어 지안카를로 스탠튼(25·마이애미 말린스)에게 기록적인 3억2500만달러(약 3625억원)를 보장해준 마이애미 말린스까지 가세해 추격하고 있다.

파블로 산도발이 멋쩍은 듯 웃으며 헬멧을 벗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희비쌍곡선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엇갈리는 데 대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스포츠 라디오방송인 ‘WEEI’는 총 4가지 이유를 들었다.

WEEI의 야구 전문기자 알렉스 스파이어는 “산도발 영입에 총액 1억달러 이상이 들 것 같고 지난 몇 년간의 공격기록에 있어서도 라미레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음에도 나이와 수비, 내구성 및 야구에 임하는 자세 등 4가지 면에서 보스턴 구단이 라미레스보다 산도발을 강하게 선호한다”고 20일(한국시간) 전했다.

뒤집어보면 방망이만 좋다 뿐 라미레스는 나이 많고 수비가 안 되는 데다 잦은 부상 그리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에서 산도발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뜻으로 작금의 시장반응이 그 차이를 여실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핸리 라미레스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평가가 되겠지만 산도발이라는 선수를 알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산도발은 1986년 베네수엘라의 푸에르토 카베요라는 북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재미난 건 오른손잡이였던 류현진(27·LA다저스)이 좌완투수가 된 계기와 비슷하게 왼손잡이에서 오른손잡이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산도발이라는 데 있다.

류현진이 야구를 시작한 건 10살 때였다. 아버지가 사준 왼손용 글러브로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공을 던지게 됐다고 회상한다. 류현진은 이를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왼손이 단연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주려 했던 아버지의 배려로 감사히 여긴다.

산도발의 경우는 반대다.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9살 때 왼손잡이는 포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포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오른손으로 던지는 걸 피나게 훈련한 후천적 결과물이다.

몇 년 뒤 양쪽으로 공을 다 던질 줄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타석에서도 스위치히터가 됐다.

류현진이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듯 산도발 또한 포수로 송구가 아주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으며 만 16세이던 2003년 자이언츠와 계약할 수 있었다. 이후 산도발은 포수에서 3루수로 전향해 지금의 위치에 섰다.

라미레스와 차별화되는 산도발의 또 다른 장점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 있다. 산도발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오죽했으면 그런 그의 모습을 클럽하우스에서 항상 재미있게 지켜봐오던 배리 지토(36)가 2008년에 ‘쿵푸 팬더’라는 닉네임을 하사(?)했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어졌다.

일찍 결혼한 산도발은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오프시즌이면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생활한다. 조만간 ‘잭팟’을 터뜨리게 될 올겨울은 유난히 더 따뜻할 전망이다.

올스타 2회에 빛나는 그는 2014시즌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157경기 164안타 타율 0.279 16홈런 73타점 6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39’ 등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