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올해 '초광각' 경쟁.."사람의 눈을 닮아라"

by이재운 기자
2019.03.13 08:39:00

사람의 시야각 120도를 흉내낸 기술 적용 활발
각자 넓은 화각, 왜곡 보정 등 강조하며 차별화
국내 업체 먼저 시작하고 중국 업체 추격 양상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스마트폰 제조업계가 올해 ‘초광각(超廣角)’ 카메라 마케팅 경쟁을 벌인다. 갈수록 격화되는 시장 경쟁 속 정체된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책으로 풍경이나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기능을 강조하고 나섰다.

13일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의 주요 추세로 초광각 카메라를 활용한 마케팅 강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출시행사에서 발표자가 청중을 함께 담는 ‘단체 셀카’는 익숙해진 풍경으로, 그만큼 넓은 폭에 촬영 대상(피사체)을 담는 모습은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말 글로벌 스마트폰 이용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어두운 환경에서의 촬영 기능과 함께 넓은 폭으로 풍경을 담는 초광각 촬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사진은 LG전자 모델들이 연말 맞이 파티 모습을 연출한 촬영 모습. LG전자 제공
인간의 두 눈이 보는 시야각은 120도 가량이다. 사진 촬영자는 자연스레 실제 자신이 보는 풍경의 느낌을 담고 싶어한다. 앞서 캐논, 니콘, 소니, 후지필름 등 등 주요 디지털카메라 제조사들은 이에 준하는 수준의 초광각 렌즈를 선보이며 사진 애호가의 요구에 부응해왔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메라 성능이 떨어졌던 스마트폰 카메라는 그간 100도 이하의 시야각을 제공해 실제 사람이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촬영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부터 조금씩 탑재가 시작된 초광각 카메라는 100도 이상의 시야각으로 점점 사람의 시야각과 비슷한 형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늘어나면서, 제조사들도 이를 강조한 마케팅을 점차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성탄절을 맞아 세계 각지의 스마트폰 사용자 1500여명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0%는 스마트폰으로 연말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원하는 배경이 한 장에 모두 담기지 않거나, 조명이 어두운 경우 불편함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어두운(저조도) 환경에서 촬영 기능 지원과 함께 넓은 폭의 사진촬영(초광각) 기능에 대한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올해 주요 제조사의 전략 기종 신제품은 일제히 이런 추세를 반영했다. 공통적으로 초광각을 통해 실제 사람의 눈에 비치는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제각기 각자의 전략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선보인 갤럭시A9에 800만화소의 120도 화각 지원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한데 이어, 올해 선보인 갤럭시S10 제품군에는 1600만화소의 123도 화각 지원 초광각 카메라를 채용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와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IM부문장·사장)가 청중과 함께 단체 셀카 촬영을 하는 퍼포먼스도 지난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공식 공개(언팩) 행사에서 선보였다.

고 대표는 당시 “당신이 눈으로 보며 체험하는 것을 충분히 도울 수 있고 모든 경험을 스마트하게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의 아담 모세리(Adam Mosser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IM부문장·사장)과 함께 셀카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LG전자는 ‘저왜곡 초광각’을 강조한다. 당초 120도 이상을 지원하는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했었으나, 끝부분 등 일부 촬영 모습에 왜곡 현상이 나타나면서 최적의 화각을 모색한 결과 107도 수준을 제공하기로 하고 지난해 출시한 전략기종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 동시 출격을 예고한 양대 핵심 라인업(G8·V50 씽큐)에 모두 107도 화각의 16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다.

중국 제조사들도 역시 초광각 카메라를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출시후 올해 유럽 등을 겨냥한 ‘미9’에, 오포는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F11 프로’에 각각 초광각 카메라를 적용하고 주요 마케팅 소구 요소의 하나로 앞세우고 있다.

두 업체는 나란히 소니가 내놓은 4800만화소 이미지센서 성능을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높은 수준의 초광각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앞세운다. 샤오미는 정확한 화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주요 소구점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고, 나아가 끝부분에 발생하는 왜곡 보정을 자동으로 해주는 알고리즘도 강조한다. 오포는 120도 화각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기술은 사람의 눈에 비치는 실제 시야를 닮아가는 형태로 발전해왔다”며 “스마트폰의 초광각 카메라 지원도 결국 이런 맥락으로, 정체된 시장 수요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