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박병대 송월타월 회장 "1등 수건 노하우로..탄소섬유 항공부품 도전"

by정태선 기자
2015.07.08 09:12:28

송월타월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67년 전통의 송월타월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대에 걸쳐 축적한 타월 관련 섬유 기술을 바탕으로 항공부품 소재 산업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경남 양산 송월타월 본사에서 만난 박병대(사진) 송월타월 회장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밑그림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타월이 내수 위주 시장이라면 항공부품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 갈 수 있는 영역이죠, 항공 부품 경량화의 핵심원료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섬유 분야는 이제 시작이지만 그 만큼 성장가능성도 큰 시장이죠.”

박병대 회장은 지난 4월 경남 사천에 있는 항공기 복합재료 업체 영진 C&C를 전격 인수하고 탄소섬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탄소섬유는 철근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항공기 부품 외에도 고압 연료탱크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완성차 기업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확대하는 것도 탄소섬유 가공기업을 인수한 송월타월에는 호재다. 탄소섬유는 높은 열과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연료탱크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재료로 알려져 있다.

탄소섬유 기업 인수는 박 회장의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다. 그는 4년 전 탄소섬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미국과 유럽의 소재 전시회를 매년 둘러보며 관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해마다 해외 유명 전시회나 신소재 박람회를 돌면서 신규 사업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기술만 앞서 있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등 회사의 신규 동력으로 삼을 만한 투자처를 찾지 쉽지 않았다.

박 회장은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시장성이 없거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곳에 투자할 수는 없고, 몇 년간 신소재 관련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끝에 탄소섬유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눈여본 분야는 탄소섬유 가공분야다. 탄소섬유를 활용한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탄소섬유를 소재로 항공기기 부품 시장에 진출하고 이후 다방면으로 시장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송월타월 본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천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커나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탄소섬유 중간 가공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국내 굴지의 중화학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탄소섬유 분야에 투자하고 앞다퉈 생산에 나서고 있고, 항공 방위산업쪽에서 탄소섬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분명하고, 지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년쯤에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자동차 관련 고압탱크 기업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3대 연료탱크 기업으로부터 자동차용 고압탱크 제작 조인트벤처 설립을 제안받아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송월타월 제공.
박 회장은 2세 경영인이지만 창업주와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49년 설립된 송월타월은 현재 국내 타월시장 점유율 40%의 국내 1위 타월 생산업체다. 현재 내부 현금유보율이 3700%에 이를 정도로 초우량 중견기업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범람으로 국내 업체의 타월시장 점유율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송월타월은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의 선두자를 굳건히 하고 있다. 현재의 송월타월이 있기까지 박 회장의 공이 적지 않다. 그는 가업과는 별개로 20대부터 독립했다. 박 회장은 1988년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대협엔지니어링을 설립해 단기간에 삼성전자의 1차 납품업체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름에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접고 송월타월의 대표로 취임했다.

“가업이 무너질 위기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직접 운영하던 회사를 접고 송월타월을 맡게 됐죠. 부채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정상적이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회사는 기울어져 있었다. 집안의 막내인 박 회장이 다시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1992년 어려운 처지의 회사를 짊어진 그는 종업원 수를 3분의 2로 줄이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고급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고급타월 브랜드 ‘샤보렌’을 선보이면서 기존 타월제조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사재까지 내놨다.

구원투수로 나선지 10년만에 2003년 박 회장은 회사 정상화에 성공했다. 외환위기 이후 몰려든 중국산 등 첩첩산중의 악재들이 겹쳤지만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서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 이제 부산 인근에서는 안정적인 기업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경영정상화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성장을 꿈꾸며 2009년 베트남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탄소섬유로까지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는 것. “베트남 타월 공장은 2~3년 전부터 흑자를 달성하면서 제품의 60% 이상을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해외시장 공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월의 뿌리가 되는 타월사업도 국내시장 독주에만 안주하지 않고, 고급시장의 확대와 함께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타월시장은 아직까지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직접 구매한다기 보다 기념품 등으로 받아서 사용하는 기프트 시장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소득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지고 고급소재,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타월시장도 아직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송월은 이미 10여 년전부터 다양한 디자인의 타월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한편 일본과 제휴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청와대에서 개최한 ‘2015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박병대 회장이 동탑산업훈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월타월 제공.
박병대(56세) 송월타월 회장은 우리나라 타월(수건)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박회장은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진고(8회)를 졸업했으며, 1988년 1차 납품업체인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대협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사업에 입문, 단기간에 삼성전자의 1차 납품업체로 성장시켰다. 창업주인 부친의 부름을 받아 1992년부터 송월타월 경영에 합류했다. 화의절차에 들어간 회사를 10년 만에 정상화킨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는 주요 브랜드인 松月(송월) 뿐 아니라 로베르타, 란체티, 샤보렌, Sweet Heart(스위트 하트), 카운테스마라, 아날도바시니 등을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며 타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타월제품을 베이커리 형태로 포장해 판매하는 테리베이커리를 출시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